경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패소, 중국 사드보복으로 그로기상태인데…현실 무시한 판결
입력 2017-08-31 15:53  | 수정 2017-08-31 18:14

기아자동차가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기아차 근로자 2만7400여 명이 "연 750%인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노조 측이 요구한 일부 가산수당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주된 요구 사항이었던 상여금과 추가수당 지급 요구는 모두 받아들여졌다. 통상임금은 야근 수당이나 휴일 근로 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각종 수당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기아차는 근로자들에게 2008~2011년 기준 미지급액 총 422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재판부는 이날 같은 사안으로 노조원 13명이 2011~2014년 부분의 2차 추가수당 지급을 요구한 대표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 결과까지 전체 노조원에게 확대 적용할 경우 기아차는 실제 부담할 잠정 금액을 총 1조원 내외로 추산했다.
이번 사건에서 노조의 주장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것이란 사실은 법조계에서는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관건은 신의성실원칙(신의칙) 적용 여부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회사 측의 신의칙 적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 사건은 2013년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 적용 요건 중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 추구'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초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도 밝혔듯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란 개념은 모호하고 불확정적이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지도 명확한 잣대가 없어 결국 재판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쏟아져나온 통상임금 판례에서 1심과 2심이 엇갈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판결에서도 1심은 "수당이 지급됐어야 할 2012~2014년을 기준으로 603억원은 당기순이익의 19%에 불과해 경영상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금호타이어가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현 시점 까지의 재정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운에 맡기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돼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른 결과도 마찬가지다. 기아차 측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판매 부진 등 어려움을 호소하며 패소시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종결론은 대법원에서 나오겠지만 기아차는 회계 규정상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충당금으로 미리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기아차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자동차업계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에도 악영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제윤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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