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얄궂은 악연` 종근당에 도입 약품 뺏긴 대웅제약, 소송도 패해
입력 2017-08-31 14:54 

대웅제약이 지난해 대형 도입의약품 판권을 종근당에 대거 넘긴 뒤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여파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판권 상실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복제약을 출시해 오리지널약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허법원은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제기한 '글리아타민' 상표권 무효 소송에서 이탈파마코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 관계회사인 대웅바이오가 만든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타민은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복제약이다.
대웅바이오는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 판권이 넘어가자마자 글리아타민을 출시해 시장을 지켰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복제약인 글리아타민의 원외처방액은 294억원을 기록했다. 221억원어치가 처방된 오리지널약 글리아티린보다 많다.
이번 패소로 대웅제약은 연간 매출이 600억원에 달하는 제품의 상표를 바꿔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한 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 이상이면 블록버스터급이라고 꼽는다. 때문에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이 나오자 즉각 항소하겠다며 이 약품을 다루는 의사와 약사는 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제품명에 모두 포함되는 글리아(GLIA)라는 단어가 신경세포를 뜻하는 의학용어라는 이유에서다.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잃을 당시 대웅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MSD가 만든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시리즈와 고지혈증 복합제 바이토린 등의 판권을 함께 넘겼다. 당시 제약업계는 대웅제약의 연간 매출이 최대 2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권을 갖고 있던 지난 2015년 기준 8397억원인 대웅제약 연간 매출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재빨리 판권을 뺏긴 품목의 대체 품목을 도입해 지난해 매출을 오히려 더 늘렸다. 자누비아 시리즈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제미글로' 시리즈로, 바이토린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로 각각 대체했다. 특히 제미글로는 대웅제약이 도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뒤 처방액이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결과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 가량 증가한 883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년 전과 비교해 10% 증가한 47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감소한 2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170억원에 그쳐 지난 2015년 상반기 294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새로 도입한 품목을 판매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탓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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