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가상화폐로 자금 모으는 ICO시장 급성장
입력 2017-08-30 17:45  | 수정 2017-08-31 11:10
30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유영석 대표와 함께 `가상화폐의 등장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충우 기자]
민간금융위원회 세미나
기업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개발·판매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s) 시장 규모가 이미 벤처캐피털 시장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이끌고 있는 유영석 대표는 30일 민간금융위원회 세미나에 참석해 "가상화폐 투자 열풍 속에 ICO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 발전이 기업 자금조달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IC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스타트업의 전통적 자금조달 창구인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넘어섰다. 코인 관련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자체 자료와 블록체인 조사기관 스미스앤드크라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7월 초까지 블록체인 기업이 IC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3억270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에 벤처캐피털을 통해 조달한 자금(2억9500만달러)보다 3000만달러 이상 많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일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체인 캐나다 KIK사는 가상화폐 'KIN'을 ICO 시장에 올려 1억2500만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ICO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동유럽 국가 에스토니아는 가상통화 '에스트코인'을 ICO를 통해 판매해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ICO는 기업이 새로운 가상화폐를 개발한 뒤 이를 대외적으로 판매해 자금을 모으는 신종 자금조달 수단이다. 주식시장에 기업 주식을 상장하는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s)처럼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IPO처럼 기업공개를 통한 주식 상장 개념은 아니다. IPO에 나선 기업이 채무비율과 당기순익 등 재무 내용을 공개하는 것처럼 ICO를 하려면 코인의 거래 메커니즘 등을 담은 설계도(백서), 코인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공개 시 재무건전성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듯이 복제·해킹 위험이 낮고 코인을 활용해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유용할수록 더 많은 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코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지난 11일 ICO에 돌입한 '파일코인'을 활용하면 서비스에 가입한 다른 사용자 컴퓨터의 남은 저장 공간을 활용해 파일을 저장할 수 있다. 가상화폐의 이 같은 성격 때문에 유 대표는 "가상화폐는 주식과 유사한 성격도 있지만 이를 발행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멤버십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ICO의 강점은 확장성과 신속성이다. 기업들은 국경에 구애받는 IPO와 달리 ICO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 투자 열기 속에 다양한 가상화폐가 개발되고 ICO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1세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장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까지 비트코인의 가상화폐 시장점유율은 80% 수준이었지만 7월 들어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반면 6월까지 20% 아래였던 이더리움 점유율은 7월 한때 30% 위로 치솟은 상태다.
이처럼 ICO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ICO를 사기 등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가상화폐 시한폭탄으로 보기도 한다. 상품성이 확실하지 않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보호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지, 자산으로 볼지를 결정하지 못한 데다 기업이 ICO 과정에서 제시한 설계도와 제공 예정인 서비스가 당초 개념과 다를 때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이 전무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가상화폐가 급격히 보급되면 시장이 무정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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