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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라운지] "자사주 추가 매입…4차산업혁명 벤처투자 늘릴것"
입력 2017-08-30 17:35  | 수정 2017-08-30 21:41
지난 23일 GS홈쇼핑은 자사주 6.1%를 지주사인 GS로 매각했다. GS는 GS홈쇼핑 지분을 36.1%로 높여 지배력을 강화했고, GS홈쇼핑은 880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대금을 비롯해 현금성 자산 8000억원가량을 보유하게 된 GS홈쇼핑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GS홈쇼핑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류경수 상무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재원으로 쓸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5년 내에 1조원가량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GS홈쇼핑은 현재까지 국내외 스타트업에 1700억여 원을 투자했다. 16개사엔 직접투자했고,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회사까지 합치면 300여 개에 이른다. 현재 GS홈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8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협력사에 줘야 하는 미지급금 2500억원을 제외하면 투자재원은 5500억원 정도인데, 이번 자사주 매각대금을 반영하면 6000억원대로 확대된다. 류 상무는 "재작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권을 가져오기보다는 새로운 사업거리나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찾아 협력하는 쪽으로 M&A 방침을 바꿨다"며 "벤처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큰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을 두고 일각에선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펀드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GS홈쇼핑 입장에선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사들여 지주사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지분을 높였다는 것이다. 류 상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 매각한 것은 아니다"며 "최근 2~3년 새 자사주를 많이 사들이긴 했지만 주가 안정화 차원에서 그 전에도 꾸준히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초에 자사주 매입을 위해 설정한 금액이 300억원"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여건을 보며 추가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GS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GS홈쇼핑 지분은 37.8% 규모다. 전략적 협력관계인 한진그룹이 보유한 지분 8%를 감안하면 우호지분은 45.8% 수준이다. 외국계 기관 등 외국인 지분율 38%보다는 높긴 해도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선 50% 이상으로 우호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증권가 분위기다. 즉 GS홈쇼핑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설정한 300억원 등을 이용해 지분을 4% 이상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류 상무는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등 자사주 처리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단기적인 이벤트보다는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쓰겠다"고 강조했다.

GS그룹에서 GS홈쇼핑의 역할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GS는 GS리테일 지분 68.8%를 보유하는 등 GS홈쇼핑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GS홈쇼핑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주사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그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일조했다. 류 상무는 "그룹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가장 앞서서 대비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GS홈쇼핑"이라며 "애자일(Agile·민첩한) 기업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는 GS홈쇼핑이 앞으로 그룹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은 2014년 이후 40% 이상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이 20% 수준이고, 경쟁사인 현대홈쇼핑은 1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배당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류 상무는 "업계 최고 수준의 고배당 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홈쇼핑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1874억원, 영업이익은 146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각각 8.2%, 15.6% 증가한 수치다.
[윤진호 기자 / 고민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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