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폐위기 회사에 코꿰였다" 메자닌펀드 주의보
입력 2017-08-30 17:34  | 수정 2017-08-30 19:59
코스닥시장 상장사 C&S자산관리(대표 구천서 전 국회의원)가 심각한 경영난에 이어 직원의 횡령·배임 혐의, 반대매매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수십 개 사모 메자닌 펀드가 투자한 탓에 개인투자자 수백 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사모 메자닌 펀드의 높은 위험성이 드러난 만큼,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3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C&S자산관리가 2015년 11월과 2016년 7월 각각 120억원, 104억원어치 발행한 CB에 일부 메자닌 투자 운용사와 자문사의 수십 개 펀드가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C&S자산관리가 거래소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운용사와 자문사들은 회사 측에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선 조기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CB를 편입한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수백 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메자닌 펀드는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과 같은 메자닌에 투자해 보다 높은 이자수익과 주가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재작년부터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난해 많은 투자금이 유입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15년 말 6009억원이었던 사모 메자닌 펀드 설정잔액은 2016년 말 1조4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8월 28일 기준 설정잔액은 1조1138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수요가 확대되자 중소·중견기업들의 CB 및 BW 발행도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C&S자산관리처럼 문제가 있는 회사들도 전보다 쉽게 CB나 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자금은 계속 들어오는데 투자할 곳은 부족하다 보니 일부 운용사와 자문사가 비우량 메자닌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CB를 발행한 200개 기업 중 신용등급이 있는 기업은 단 6개사뿐이다. 6개사 중 5곳이 신용등급 BBB 이하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그만큼 신용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CB나 BW는 채권이지만 일반 회사채보다 채무변제순위가 떨어져 회사가 부도에 처할 경우 투자금을 받기가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쏠림현상이 생기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메자닌 펀드에 투자 시 위험성을 인지하고 운용사나 자문사의 펀드 운용 방식을 면밀히 살펴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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