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키스탄, 틀어지는 미국과 관계…중국에 돌리는 눈길
입력 2017-08-29 11:47  | 수정 2017-09-05 12:08


파키스탄이 연일 압박이 심해지는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자 파키스탄이 예정된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모두 취소했다. 파키스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하면서 파키스탄을 비판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같은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새 아프간 전략 설명을 위해 자국을 방문하기로 한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차관보 대행과 국가안보회의(NSC)의 리사 커티스와의 회담뿐만 아니라 카와자 아시프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도 무기한 연기하며 3건의 회담을 철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략 발표 당시 파키스탄이 테러범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파키스탄이 테러범을 계속 숨겨주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외교부는 "파키스탄의 커다란 희생을 무시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현지 정치권에서도 미국이 아프간 정책의 실패를 파키스탄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파키스탄 압박 정책이 파키스탄과 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아시프 장관은 회담 취소로 미국 방문 일정은 빠졌지만, 중국과 터키, 러시아 일정이 추가됐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외교관리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중국은 굳건하게 우리와 함께 해주는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파키스탄으로 끌고 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의 중요한 동맹 국가였다. 당시 파키스탄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저항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치권이 파키스탄 정부 이용하려는 쪽과 비판하는 쪽으로 갈리면서 양국 관계의 결속도 느슨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를 미국이 아프간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통로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미군 무인기 공습도 수용하고 있다. 그 대가로 파키스탄은 미국에서 수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같은 테러조직과 싸우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상당 규모의 지원을 취소했다.
미국의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파키스탄은 점점 더 중국 자금에 의지하는 형편이다.
중국은 새로운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의 하나로 추진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통해 파키스탄에 한화 58조원에 달하는 최소 5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외환위기에 몰려 있는 파키스탄에 약 1조 4000억원 상당의 12억 달러짜리 차관을 지원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중동 연구 책임자인 리 궈푸는 "트럼프의 새로운 남아시아 전략은 완전히 실행되기도 전에 파키스탄에는 이미 위협으로 다가와 몹시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키스탄이 중국과 가까워지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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