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미애의 광주 방문, 텃밭 다지기? 숨 고르기?
입력 2017-08-22 16:46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를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추미애 당 대표가 광주를 찾았다. 이를 두고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위해 호남 민심을 다지고 있는 국민의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는 한편, 정발위 놓고 당내 반발이 극심한 만큼 잠시 전선을 떠나 상황을 지켜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2일 추 대표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망월동 구 묘역을 찾아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비를 찾았다. 그는 "진실을 땅에 묻을 수 없고, 거짓으로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밝혀주는 강한 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자정신에 감사를 표현하고 싶고, 서울에서 '택시운전사'를 보려 했던 것을 광주에서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고, 개헌 약속도 분명하게 취임 100일을 맞아 말씀하셨다"며 "대통령의 뜻을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의 한 영화관에서 오월어머니회, 당원들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추 대표의 광주 방문은 단순 호남 민심 다지기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발위 추진에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일단 하루정도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려는 '숨고르기' 의도가 있다.

정발위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방식 변경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조직으로 최재성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친문 인사와 시도당위원장 측에선 지방선거 관련 문제는 현재 당헌, 당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추 대표는 전날 "'김상곤 혁신안'은 중앙당의 패권을 개선하고자 만들었으나 결과적으로 패권이 시도당에 그대로 옮겨졌으며 이 안이 바이블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발위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에는 정발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은 22일 지방선거 공천권 문제를 정발위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당장 9월 정기국회에서 '적폐 예산' 등을 점검해야 하는 과업이 있는만큼 내홍이 여러 정책 이슈 등을 희석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에선 기존대로 사무총장 직속의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하거나 지방선거 공천 규정 문제는 정발위가 아닌 당헌당규강령정책위에서 논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논의는 오는 25일 치러지는 민주당 연찬회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23일 최고위원회에서 현재의 갈등 상황이 실제로 정리될지는 추 대표의 최종 메시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추 대표는 시도당 패권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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