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아웃렛·복합몰도 막히나" 유통 빅3 멘붕
입력 2017-08-21 17:46  | 수정 2017-08-21 19:30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급감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4.3% 하락했다. 새 정부 내수 활성화 기대감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1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9만400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신세계와 이마트는 각각 18.9%와 12.3% 급락했다.
롯데쇼핑은 지주사 전환 기대감과 배당 확대 발표에 급등했던 지난 17일 상승분(9.2%)을 감안해도 주가가 2.7% 내렸다. 외국인들은 8월 세 종목에서만 11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하며 급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통업종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는 근본 원인은 각 사 주력 사업부인 백화점 부진에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 백화점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 롯데백화점의 2분기 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5.2% 감소해 영업이익 급감(-48.9%)의 주범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사드 영향으로 해외사업부 성장률이 작년보다 38.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사업이 전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 분야의 역성장(-1.7%)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 감소로 직결됐다.
여기에 정부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는 모습이다. 특히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을 대규모 유통업법 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영업일수를 제한할 경우 유통업체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쟁점은 정부가 영업일수를 제한할 복합쇼핑몰 기준을 어디까지로 두느냐에 달렸다"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신세계 강남점 등은 백화점이지만 사실상 복합쇼핑몰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장들까지 모두 포함될 경우 유통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은 10%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마트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이 거대 복합쇼핑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이마트)이 현재 운영 중인 복합쇼핑몰은 하남 스타필드 한 곳이지만 경기도 고양은 곧 오픈 예정이고, 인천 청라 등 5곳 이상에 복합쇼핑몰을 만들기 위한 용지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업체의 종업원 인건비 부담이나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판매 수수료 공개 등도 대형 유통업체 실적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기업들이 판촉 비용 증가를 우려해 당분간 각종 마케팅 행위를 줄이면 결국 판매에는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판매 수수료 공개 대상을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할 경우 수수료율 인하로 직결될 수 있다. BNK증권에 따르면 현재 수수료율을 공개하고 있는 백화점업종은 2013년 28.5%에서 지난해 27.4%로, 홈쇼핑은 같은 기간 34.4%에서 33.2%로 줄었다.
반면 이번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 유통업체들의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만한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의 경우 월 2회 휴무에 들어가도 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납품업체 인건비 부담이나 납품가 원가 연동 문제도 그동안 업체들이 경영 효율화 노력을 진행해 온 만큼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백화점 부문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마트 부문은 이미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한 인력 및 재고 효율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8월 소비심리가 110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낙폭 과대 종목의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0.6% 감소한 814억원, 롯데쇼핑은 13.8% 줄어든 1513억원으로 전망된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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