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軍, "K-9 사고, 폐쇄기 밀폐 안돼 발생"
입력 2017-08-21 15:23  | 수정 2017-08-28 15:38

지난 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폭발 사고는 자주포 내부 폐쇄기가 밀폐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육군은 21일 부상자 진술을 포함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주포에서 포탄을 장전한 뒤 폐쇄기에서 원인불상의 연기가 나온 후 장약이 연소돼 자주포 내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자주포에 탑승하고 있던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이 숨지고 장병 5명이 다쳤다.
폐쇄기는 포신 뒷부분에 탄약과 장약을 삽입하는 내부 장치다. 포탄이 발사될 때 완벽한 밀폐 공간을 만들어 거기서 발생하는 연기와 화염으로부터 장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장약은 포를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인데 장약 내 기폭제가 연소될 경우 바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부상자들은 사건 당시 "폐쇄기에서 연기가 흘러나온 후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포탄이 발사되고 폭발로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현재 육군 당국은 "폐쇄기가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선 격발 스위치가 작동되지 않아 포탄을 발사할 수 없다"며 "발사 버튼은 사수와 부사수 모두 누를 수 있다. 포반장까지 3명의 진술을 모두 확인해야 발사 버튼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또 "포신과 폐쇄기 사이에 '밀폐링'이란 게 있는데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 정밀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상자는 "자주포가 발사 대기 중인 상태에서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와 안전통제관이 "대기! 대기!"라 외쳤지만 포탄이 나가고 장약이 터지며 장비 내부에서 후폭풍이 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포탄이 발사되었다면 이는 K-9의 기계적 결함으로 추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육군 관계자는 "현장 증거물 감정과 기능검사, 당시 현장 상황 분석, 부상자 진술 분석을 종합한 후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 했다.

1997년 K-9개발 당시 시제 1호기에서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육군은 당시에는 포신에 남은 화약 성분에 불이 붙은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사고 직후 교육훈련 목적의 K-9사격은 전면 중지했고 작전 대기 중인 K-9만 가동 중에 있다. 사고가 발생한 K-9은 2012년 전력화된 것으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을 가졌고 18일 훈련에선 6발 중 3발째 사격에서 사고가 났다.
육군은 이번 사고로 숨진 이 상사와 정 상병을 순직 처리했다. 이들의 합동영결식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5군단장(葬)으로 엄수됐다. 육군 관계자는 "부상자 5명에 대해서는 완전 회복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명확한 원인 규명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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