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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앤씨]`택시운전사`와 `공범자들` 속 오버랩된 언론
입력 2017-08-13 08: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언론의 힘은 세다. 날카로운 펜은 권력자도 무너뜨릴 수 있다. 실제 최근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펜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중간에서 컷 당하면 무용지물이다. 엄혹한 군사 정권 등 과거에는 그런 일이 많았다는 걸 우리는 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후반부 등장하는 한국의 최기자 박혁권은 분량으로도, 역할로도 중심인물은 아니다. 광주의 진실을 보도하지도 못한다. 징계당할 걸 마음먹고 윤전기를 돌렸으나 경영진과 편집국장에게 가로막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기사로 채워지고 만 지면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인물은 당연히 택시운전사(송강호)와 어떻게든 이 일을 알리겠다는 신념의 독일 기자(토마스 크레취만)이지만 한국의 최기자가 짧은 활약도 (일부일지 모르겠으나)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현실에 타협한 이도 있겠지만, 응당 그 반대편의 기자들도 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7년. 개봉을 앞둔 영화 공범자들(감독 최승호)은 지난 10년 동안 KBS와 MBC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명했다. 공영방송을 예전과 다른 길로 가게 하려고 하는 이들의 행태와 지키려는 사람들의 대비가 극명하다.
사실 감독의 의도로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져가려 한 이들이지만 그들의 대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장과 본부장 등이 인터뷰를 거절하고 도망치고 내빼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묵묵부답하거나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허망한 답이 튀어나올 때면, 객석에서는 탄식이 이어진다.
반대편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모습은 힘든 싸움이라는 걸 예상하게 하지만 아직 공영 방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린다.
택시운전사가 그린 배경보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한국 기자는 보도하지 못했으니 독일 기자만 대단하다고? 현실의 부당함을 바로 잡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라고?
현실 여건 등의 이유로 정권이나 사측에 붙은 이들도 있겠지만, 진실과 정의 추구를 한 이들도 있다. 공범자들 속에서 언론 수호를 외치는 이들은 지금 현재도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을 국민 한 명이라도 더 알아주면 과거나 현재의 언론은 고마워할 듯싶다.
MBC의 이용마 기자는 힘들게 싸우는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지난한 세월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그걸 보여주려고 했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 공범자들 속에서 언론을 망가뜨렸다고 지목된 이들이 지난달 법원에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지난 11일 예정돼 있던 결정은 14일로 미뤄졌다. 결론은 어떻게 날까?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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