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하 이렇구나] 주름 없애는 보톡스, 우리가 몰랐던 사실은?
입력 2017-08-08 13:38  | 수정 2017-08-09 14:08

미용치료인 미간주름 개선과 사각턱 완화에 쓰이는 약 보톡스(성분명 보툴리눔톡신)는 미국 제약업체 앨러간의 제품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앨러간이 독점하던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자들이 늘어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10곳 내외에 불과한 보툴리눔톡신 제제(의약품 원료를 치료 목적에 맞게 배합·가공한 제품) 생산업체 중 3곳(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수준이며, 이중 미용목적 시술이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0g이면 인류 멸망시킬 수 있는 맹독
간단한 시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보툴리눔톡신은 성분명에서 드러나듯이 독이다. 그냥 독도 아니고 12~18나노그램(ng·1g의 10억분의 1)이면 체중 60kg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이다. 단순 계산으로 130g 정도면 70억명의 사람을 사망하게 할 수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하면서 근육을 마비시킨다. 호흡과 관련된 근육이 있는 신체부위까지 독이 퍼지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약으로 쓸 때는 극미량을 사용해 시술 부위에서만 작용되도록 한다. 안면근육 일부를 마비시켜 미간주름을, 턱근육을 마비시켜 사각턱을 각각 완화한다. 미용목적 이외에도 안검경련(눈꺼풀 떨림), 사시 등 치료목적으로도 쓰인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미용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의료선진국에서는 미용목적 사용과 치료목적 사용 비중이 반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술 주기 3~6개월 이내면 내성 생길 수 있어
근육이 너무 발달한 부위를 치료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단백질로 구성된 물질이기 때문에 몸 속에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보툴리눔톡신 성분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술을 받은 사람의 7% 가량에서 내성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업체들은 인체의 내성 획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분자구조를 가볍게 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독일 제약업체 멀츠의 제오민이 내성 획득 가능성이 낮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가장 유명하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메디톡스가 올해 하반기 제오민의 바이오베터(바이오신약의 약효를 개선한 의약품)인 코어톡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허 기간은 끝났지만 균주 없으면 생산 못해
약 4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에 진입한 제약업체가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균주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1970년대부터 의약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이미 특허기간이 만료됐다. 균주와 기술력을 확보하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만들어 팔 수 있는 것.
보툴리눔톡신 균주는 자연상태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어떻게 균주를 확보했는지를 놓고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생산업체들끼리 미국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 중 가장 먼저 보툴리눔톡신 제제 생산을 시작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기술을 도용했다며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부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자사 제품과 동일하다며 도용 의혹을 제기해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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