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입국할 때도 쇼핑 가능해질까…인천공항, 입국장면세점 7번째 추진
입력 2017-08-07 14:16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진 출처 = 매경DB]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놓고 업계의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논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자리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출국장에만 면세점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1년 개항 때부터 지속적으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추진해 왔지만 2003년부터 이어진 총 여섯 차례의 국회의원 입법 발의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항공사, 국정원, 경찰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입국장 내 수하물 찾는 지역에 각각 2개와 1개의 면세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2곳(각 190㎡)과 제2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1곳(326㎡)이 거론된다. 이는 인천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윤영일 의원실에 제출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자료'에 따른 것이다.

자료를 보면 입국장 면세점에는 항수·화장품과 주류·담배 같은 면세품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임대료는 연 300억원 규모다. 임대수익은 면세사업 육성과 지역사회공헌 등에 쓰일 예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3개국에서 이미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등 전세계 71개국 약 132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베이징국제공항을 포함한 19개 공·항만에 입국장 면세점 신설을 승인했으며 일본은 지난 4월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허용하는 세제개정안이 시행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국제공항으로서의 인천공항 입지와 경쟁력이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억원대의 추가적인 임대 수입도 기대된다. 특히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 중인 인천공항공사 측으로서는 임대료 수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임대료 수입을 포함한 인천공항공사의 상업수익은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했다.
내국인의 해외 공항 출국장 면세품 구입에 따른 외화 유출도 줄일 수 있다. 출국 시 구입한 면세품을 해외여행이나 출장기간 동안 들고다니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입국 시 면세점에서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업 규모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입국장 면세점을 만드려면 현 관세법과 부가세법 일부 조항을 바꿔야 한다. 면세점 판매는 수출로 집계돼 면세 혜택을 받지만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 반출이 아니기 때문에 세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쪽 이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3년 정부는 마약 반입과 테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항공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귀국편 항공기에서 주류 등 면세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기내 면세품 판매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면세품 매출이 연간 33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열 경우 항공사간 면세품 판촉 과열 현상을 비롯해 승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판촉 압박 강도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도착객이 수하물보다 면세점 쇼핑을 우선시 해 수하물 수취가 늦어지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방침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중소기업에만 허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사 측이 제시한 임대료 300억원을 감당할 중소 면세업체는 많지 않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추가적인 면세점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관련해 나온다. 현재 공항 면세점 출국장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SM면세점, 삼익, 엔타스로 연간 임대료는 각각 237억원, 210억원, 118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발의한 국회의원 중 일부가 현재 청와대에 입성하는 등 이번에는 분위기가 전과 다르다는 게 업계 다수의 시각이다. 과거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 법안을 발의한 의원 91명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청와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관계자는 "입법 환경이 어느정도 마련됐다고 보고 다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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