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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적시장 마감, 한국 선수들에게 미친 영향은?
입력 2017-08-01 07:49 
다저스는 이제 후반기 월드시리즈 우승만을 바라볼 것이다. 류현진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가차없이 구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2017시즌 메이저리그 '여름 이적시장'의 문이 닫혔다. 한국시간 1일 오전 5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 7월 31일 오후 4시)에 논 웨이버 트레이드가 마감됐다.
15개 구단씩 2개 리그로 구성된 메이저리그는 서로 마주할 일이 별로 없는 팀들이 많고 선수 자원도 풍족하기에 그만큼 트레이드가 왕성하게 진행된다. 이번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그를 덮친 이적시장 태풍이 한국 선수들에게 미친 영향을 짚어봤다.

류현진(다저스 잔류)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74승 31패)를 달리고 있는 LA다저스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조용하게 있다 마감시한을 앞두고 크게 움직였다. 취약 포지션이었던 좌완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토니 왓슨(피츠버그), 토니 신그라니(신시내티) 두 좌완을 영입했고, 마감을 코앞에 두고 다르빗슈 유(텍사스) 영입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선발진 평균자책점 1위(3.25)를 기록중이던 다저스는 검증된 에이스의 합류로 더 위력을 갖추게 됐다. 다르빗슈는 토미 존 수술 이후 가장 많은 137이닝을 소화했는데, 텍사스에서 보여준 이닝 소화력을 다저스에서도 보여준다면 불펜의 부담도 덜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이동으로 다저스의 메시지는 확실해졌다.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 진정한 'MLB의 워리어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도움이 안되는 전력은 과감하게 제외할 것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들이 스캇 카즈미어, 브랜든 맥카시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려보라. 류현진도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가차없이 전력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하루 전 호투(7이닝 무실점)가 더 의미가 있다. 후반기 더 많은 기회를 버는 결정적인 등판이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2018년 계약이 만료되는 류현진은 트레이드 논의가 전혀 없었을까? MK스포츠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아메리칸리그 중부 지구의 한 구단이 그의 영입 가능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전개됐는지는 미지수다. 류현진은 트레이드될 경우 그해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볼티모어→필라델피아)
이번 이적시장의 광풍을 가장 직격탄으로 맞았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와일드카드 경쟁 가능성이 남아 있는 팀에서 하위권 팀으로 이적한 것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시즌에는 조이 리카드, 이번 시즌에는 트레이 만시니에게 치였던 김현수는 볼티모어 시절을 청산하고 새로운 팀에서 다시 시작한다. 일단 1일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해 볼넷 3개를 얻으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볼티모어는 '셀러'와 '바이어'의 애매한 경계 속에 후자를 택했다. 김현수를 내주고 선발 제레미 헬릭슨을 받아와 취약 포지션인 내야를 보강했고, J.J. 하디의 장기 공백에 대비해 팀 베컴을 영입했다. 이적설이 무성했던 불펜 '쌍두마차' 잭 브리튼, 브래드 브락은 잔류했다.
양키스에서 콜업 이후 좋은 모습을 보였던 최지만은 이적 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최지만(양키스 마이너 이관)
최지만도 이적 시장 광풍의 직격탄을 맞은 선수 중 한 명. 빅리그 콜업 후 6경기에서 타율 0.267 2홈런 5타점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활약을 했던 그는 팀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내야수 토드 프레이지어를 영입한 뒤 40인 명단에서 밀려났다. 웨이버를 거쳤지만, 트레이드나 클레임 영입은 없었고 결국 양키스 트리플A로 내려갔다. FA 자격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양키스에 남았다. 지난 7월 28일부터 다시 경기에 나오기 시작했다. 4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12타수 3안타를 기록중이다.
1일 현재 보스턴과 반게임차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키스는 지난 7월 20일 프레이지어와 데이빗 로버트슨, 토미 케인리를 영입한데 이어 마감시한을 앞두고 하이메 가르시아, 소니 그레이 두 선발 투수를 영입하며 전력을 극대화했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잔류)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생각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조용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팔았고, 파블로 산도발의 대체자를 찾다 지쳐 산도발을 다시 데려왔다. 산도발은 마이너리그에서 경기중인데 트리플A 새크라멘토에서 6경기에 나와 타율 0.263(19타수 5안타) OPS 0.716으로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찌감치 예상한 대로, 누네즈는 팀을 떠났다. 그리고 이것은 황재균에게 더 많은 기회로 다가왔다. 지난 LA다저스와의 3연전에서 그가 콜업된 것도 결국 누네즈가 없어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마땅한 3루 주전 자원이 없다. 황재균이 다시 싸울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조만간 곧 올라올 듯한 산도발도 좌타자이기에 황재균의 입지를 크게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다저스와 3연전에서 실망스런 스윙을 보여준 황재균 자신의 타격감이 언제 살아나느냐다.
황재균은 에두아르도 누네즈의 트레이드 이후 기회가 늘어났다. 이제 자신이 잘하는 일만 남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잔류)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하위권 팀의 마무리. 한때 오승환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켰다. 때문에 트레이드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는데 상황이 변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순위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승환은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났다.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난 투수들은 보통 처분용 트레이드의 대상이 되고는 하는데,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트레버 로젠탈에게 그랬듯 오승환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모습이다.
매년 화려하지는 않지만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불펜 투수들을 영입해온 세인트루이스는 이번에는 정말 조용하게 이적시장을 보냈다.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마르코 곤잘레스와 타일러 오닐을 1대1 트레이드로 맞바꾸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로젠탈, 랜스 린 등이 루머에 올랐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올해 이후 FA 자격을 얻는 오승환은 특별한 루머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사진=ⓒAFPBBNews = News1

추신수(텍사스 잔류)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직 완전히 시즌을 포기한 것이 아니지만, 이번 이적시장에서 주전들을 일부 정리했다. 지난해 밀워키에서 영입한 조너던 루크로이, 제레미 제프레스를 모두 정리했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도 다저스로 보내버렸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말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아드리안 벨트레, 엘비스 앤드루스 등 베테랑 선수들은 입을 모아 구단에 "경쟁을 포기하지 말것"을 주문했지만, 프런트 오피스의 생각은 달랐다.

박병호(미네소타 잔류)
미네소타 트윈스는 애써 영입한 하이메 가르시아를 한 경기만 쓰고 다시 양키스로 내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마무리 브랜든 킨츨러도 불펜 투수가 급한 워싱턴에 보내버렸다.
구단은 '셀러'로 돌아섰지만, 아쉽게도 1루와 지명타자 포지션에는 기존 선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즌 개막 때부터 구상에서 제외된 박병호가 다시 레이더 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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