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드 후폭풍에 민낯 드러내는 `투자수익률 年 11%` 환상
입력 2017-07-31 14:50  | 수정 2017-07-31 15:16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일환인 한국 여행 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만 바라보고 우후죽순 들어섰던 분양형 호텔들이 최근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과장된 광고로 투자자 유치에 나섰지만 수익률 저하와 공실 문제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면서 투자자와 운영사 간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등 분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28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제주시 연동 일대에 분양한 A호텔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올해 3월 이후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줄면서 적자가 누적돼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운영사가 확정수익률 연 11%를 보장한 기간(최초 1년)이 끝나자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마이너스 수익금을 떠안게 된 것이다.
분양형 호텔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객실을 분양하고 향후 호텔 운영 수익금을 나눠 갖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일종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정부가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호텔객실 분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자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후 평택·화성·영종도 등 수도권과 평창·속초·부산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문제는 시행사들이 분양자 모집을 위해 일정 기간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향후 구축할 각종 인프라에 대한 거짓·과장된 정보 제공을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매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운영 후 수지가 맞지 않아 투자자들에 수익금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A호텔 역시 분양 당시 "제주 의료관광 연계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를 믿고 투자한 소유주들은 "성형외과 입점 등 중국인 의료관광 연계를 통해 위탁운영기간 동안 11%의 수익금을 줄듯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텔 운영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으므로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 A호텔 관계자는 "성형외과가 입점하면 객실 가동률과 객단가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아낌없이 지원하고자 했으나 메르스 사태와 해외환자 불법브로커 단속 등으로 의료관광객 수요가 급락하면서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호텔 분양업자들이 마케팅을 하면서 내세웠던 혜택들이 계약서에는 교묘히 빠져있거나 수익보장기간이 제한적임에도 장기간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는 A호텔만의 사정이 아니다. 2015년 6월 서귀포시 성산읍에 문을 연 B호텔은 두 자릿수 수익률 보장을 지키지 못하면서 시행사와 투자자들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A호텔은 올 초부터 운영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계약무효확인, 소유권말소등기, 건물명도(인도) 등 총 민·형사 소송만 7건이 진행중이다.
심지어 수익률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호텔의 이용수요, 입지조건, 등급 등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해 공정위에 적발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 수익률 7~12%대와 운영사 수익률 2~4%대를 보며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아했던 적이 많다"며 "호텔의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분양사가 내건 사항들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운영사 측이 공개하는 회계 내역마저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A호텔 운영사 측이 공개한 영업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이 호텔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고도 이윤을 속이며 수익금을 횡령한 호텔 운영사가 적발된 사례를 들면서 투명한 외부 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정 수익만 믿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과 함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주문했다. 신왕우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선(先)분양'이라는 분양형 호텔 특성상 분양실적 및 향후 숙박시설 수급변화 등에 따라 잘못될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며 "우려되는 후유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정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희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정수익률을 보장하게 되면 객실 소유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위탁 운영사는 과도한 부담을 지게 돼 안정적인 호텔운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분양형 호텔에서도 운영실적을 바탕으로 한 수익배분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분양형 호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 분양업체들이 수익률을 광고할 때 수익률 산출근거 및 수익보장 방법, 기간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일부 광고가 고수익 보장만을 강조할 뿐, 고수익이 정확히 어떻게 계산됐고 얼마동안 어떻게 보장되는지는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늘고 있다고 보고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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