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매니저 세대교체…자산운용시장 판 흔들다
입력 2017-07-21 16:01  | 수정 2017-07-21 17:17
올해 국내 주식시장이 10년 만에 최대 상승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자산운용시장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 상승장의 주역은 공모펀드를 굴리는 펀드매니저였지만 이번 장의 주인공은 타임폴리오나 디에스와 같은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펀드 전성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펀드매니저들은 이제 나이가 50대를 넘어 몇 해 전부터 시장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40세 전후의 사모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채워나가는 모양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만 전문적으로 굴릴 수 있는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는 총 109개다. 작년 말 85개에서 올해 들어서도 24개가 새로 더 생겼다. 2015년 말 사모 전문 운용사 설립요건이 자본금 60억원 이상에서 20억원 이상으로 완화된 이후 기존 시장에서 검증받은 강소 투자자문사들이 대거 사모 전문 운용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6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지만 사모펀드인 헤지펀드로는 4조65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한 대형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요즘 자산운용시장에선 타임폴리오나 디에스 등 지난해 새로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눈에 띄게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들은 최대 400%까지 차입이 가능하고 투자 대상에 제한도 없어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주식 현물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메자닌, 공모주(IPO) 등 차별화된 수익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펼칠 수 있다. 펀드별로 수익률 차이가 매우 큰 가운데 '트리니티멀티스트래티지'(70.6%), '디에스秀'(33.3%) 등 일부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일반펀드가 따라오기 힘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펀드매니저 세대교체를 이끄는 주역은 어떤 사람들일까. 최근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펀드매니저 가운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투자동아리 출신이 많은 게 특징이다.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와 CIO도 상당수다. 여의도의 신(新)주류로 불리는 이들은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1990년대 대학을 다녔고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국내 자산운용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곳은 1999년 만들어진 서울대 가치투자동아리 '스믹(SMIC·SNU Midas Investment Club)'이다. 스믹 출신으론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가 대표적이다. 타임폴리오는 2008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했다. 설립 첫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고 연간 꼬박꼬박 10% 이상 수익을 내면서 서울 강남권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9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머스트자산운용의 김두용, 구은미 공동대표, 지난 2월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한 라쿤자산운용의 홍진채 대표도 스믹 출신이다. 고려대는 '리스크(RISK·Real Investment Society of Korea)'와 '큐빅(KUVIC·Korea University Value Investment Community)', 두 개의 투자동아리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최정용 에셋플러스투자자문 대표와 함께 리스크를 만든 주역이다. 더퍼블릭투자자문의 정호성 대표와 김현준 이사는 큐빅 출신이다.
연세대의 경우 재무연구학회인 'YFL(Yonsei Financial Leaders)' 출신들이 자산운용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YFL의 대표 주자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다. 원 대표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을 거쳐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창업했다.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장, 최두남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매니저, 이성규 삼성자산운용 매니저 등도 YFL 출신이다.
사모펀드업계에서 외고 출신 인맥도 두드러진다.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지난 5월 GVA자산운용을 설립해 독립한 박지홍 대표,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CIO는 대원외고를 나왔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CIO,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CIO는 대일외고 출신으로 사모펀드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사모운용사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펀드시장에서도 사모펀드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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