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역대 최장수 임기 마치고 물러나는 임환수 국세청장
입력 2017-06-27 16:29 

문민정부 이후 최장수 국세청장인 임환수 청장이 2년10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28일 물러난다.
2014년 8월21일 취임한 이래 꼭 1043일만이다.
최장수 임기 만큼이나 임 청장이 국세청에 남긴 족적은 크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임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등 조사 업무로 잔뼈가 굵었다. 이때문에 2014년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많았지만 임 청장은 세정 방향을 '약팽소선(若烹小鮮)'으로 설정했다.
약팽소선은 노자의 도덕경에 등장하는 말로 생선을 익히고자 자꾸 뒤집으면 생선살이 망가질 수 있으니 신중하라는 메시지다. 즉 세무 공무원이 세무조사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구였다. 임 청장이 세무 조사 대신 자진 납세인 성실신고제를 통해 세정 업무를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인터넷을 통해 납세자가 납부할 세금을 정확히 알려주고 유도하는 '차세대 국세행정통합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토대로 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는 줄이면서도 세수는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세무조사는 취임전 2013년 약 1만8000건에서 2014년 이후 약 1만7000건으로 줄었다. 반면 세수는 늘었다. 국세청 사상 처음 '세수 200조원'이라는 기록을 남긴 것도 임 청장이다. 2014년 세수 195조7000억원에서 2015년 208조2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20조원을 돌파하는 등 2년 연속 200조원 시대를 이어갔다.

임 청장은 행시 출신이지만 국세청내 비고시 출신을 중용했고 청내에 준법·청렴추진단을 설치해 직원들이 부정부패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낱낱이 살폈다. 그 결과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 부서 수장들이 줄줄히 연루됐을 때도 국세청만은 유독 바람을 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 임 청장은 "국세청은 세무조사 내용으로 정치 한복판에 갈 수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임 청장은 28일 오전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야인의 몸으로 물러난다. 196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28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조사1국장·조사4국장 등을 역임해 본·지방청 조사국장 6회라는 이색적인 기록도 갖고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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