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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숭인에 전국 1호 `도시재생 협동조합`…자립형 모델 키운다
입력 2017-06-27 13:44 
종로구 창신숭인 주민들이 도시재생장터에서 지역 생산품과 자체 개발한 `단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 = 서울시]

수도권 유일의 도시재생선도지역인 종로구 창신숭인. 2014년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돼 총 200억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서울 도시재생의 대표주자다.
그러나 내년이면 세금지원은 끝난다. 일찍 재생을 시작, 기반은 만들었지만 향후 어떻게 재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런 고민 끝에 창신·숭인 조합원 43명이 개인 돈을 출자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이다.
그동안 도시재생이 행정, 지역활동가, 전문가 등 공공이나 일부의 주도로 진행돼왔다면 이제는 주민이 직접 단체를 만들어 도시재생에 나서는 것이다.

지역재생기업은 일종의 도시재생 마을기업이다. 공공이 마중물사업 등을 통해 선지원하는 초기 도시재생사업 이후에도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같은 자립 형태로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것을 다시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도시재생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체 모델로 '지역재생기업(CRC)'이 확산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서울시에서 이번에 첫 발을 떼는 것이다.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영리 협동조합)'은 발기인 8명을 포함해 조합원 총 43명으로 구성됐으며, 조합원 각자 3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출자해 총 출자금액 334만 원으로 출발했다.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자기일처럼 마을재생에 나설 수 있는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련한 공동이용시설의 운영과 관리,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도시재생 연계 답사프로그램 운영, 봉제 등 지역산업 생산품 판매·유통 등 보다 다양한 사업을 주민들이 이번에 만든 지역재생기업을 통해 직접 추진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마을기금으로 지역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지난 3월 개관한 '백남준 기념카페'를 비롯, 6월 중 착공해 연내 오픈하는 공동이용시설 총 4개소를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또 조합원 중 14명은 총 20주의 교육프로그램 이수 후 창신·숭인 도시재생 해설사로 나서 2시간 반 코스의 답사프로그램을 만들었다.이미 대전 공무원 연수팀(39명)을 시작으로 청주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 인천시 도시재생과 공무원, 이화여대 건축학과 학생 등 다양한 방문객들이 답사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돌아갔다.또 지역 봉제장인들이 만드는 각종 생활소품과 생활한복,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캐릭터 상품 등의 유통과 판매, 사업 확장 등도 주민 공동체에서 직접 진행한다.
돈의 액수는 적지만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출자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도 평가한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는 "마을재생은 기본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일궈내야 한다. 소액이라도 출자해 법인을 만드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면서 "무교동과 다동 내 도심활력프로젝트에서도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회비를 납부해 법인을 만드는 안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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