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이대 학사 비리 9명 전원 유죄…법정 속 '말말말'
입력 2017-06-24 19:30  | 수정 2017-06-24 20:24
【 앵커멘트 】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연루된 이대 학사비리 1심 선고가 어제(23일) 끝났는데요.
최순실 씨가 징역 3년을 선고받는 등 함께 기소된 9명 전원이 유죄를 받았습니다.
법조 출입하고 있는 서정표기자와 함께 재판 이모저모, 그동안 나왔던 증언들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 1 】
서 기자, 1심 재판 선고까지 한 6개월 한 거죠?

【 기자 】
네. 재판은 올 초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반년 가까이 뜨거운 법리 공방을 벌인 건데요.

1심 선고의 핵심은 '공범' 여부라고 보셔도 됩니다.

재판부도 판결문에 공범을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9명 모두 사실상 공범으로 규정을 했다는 부분이 의미가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공범 관계에 있는 이 9명 그리고 재판에 불려나온 증인들의 법정 진술과 증언은 상당히 공격적인 게 많았습니다.


【 질문 2 】
서 기자, 그 얘기를 좀 해보죠.
피고인들이 이화여대 전 총장, 학장 그리고 교수들이잖아요.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말들까지 나왔다고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정유라 씨가 다닌 청담고의 한 체육교사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였는데요.

지난 2013년 4월에 있었던 최순실 씨와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유라의 대회 출전이 1년에 4차례로 제한돼 더는 출전이 어렵다. 정 그러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최순실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최 씨가 화를 내며 "나이도 어린데 시건방지게 말대꾸냐" 이렇게 폭언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교사의 증언이 끝나자 최순실 씨도 반격에 나섰는데요.

"선생님도 성격이 까탈스럽고 젊은 선생님답지 않게 학부형에게 하대했다, 본인 성격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인 거죠.

【 질문 3 】
신성한 법정에서 나온 증언과 진술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격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 기자 】
네. 이런 발언들의 수위는 재판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세졌는데요.

최 씨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지도교수와도 설전을 벌였습니다.

정 씨에게 F 학점을 준 지도교수인데요.

지난 5월 초에 법정에서는 지도교수가 정 씨를 가리켜 '제적 대상'이라고 언급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있었습니다.

최순실 씨가 먼저 지도교수에게 날 선 발언을 했는데요.

"교수님이 정유라가 학사 경고 3번 받아서 제적 대상이라고 얘기 했어요? 안 했어요?"라고 따졌고요.

참다못한 교수가 "진짜 거짓말 잘 하신다"고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자 최순실 씨도 "저도 교수님 같은 분은 처음 본다"고 쏘아붙였습니다.

【 질문 4 】
최순실 씨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거침없는 발언을 했던 것이 생각나는데요.
재판에서도 한치의 물러섬도 없군요.

【 기자 】
네. 이번 국정농단의 재판이 그렇습니다.

밤늦게까지 재판을 하는데다 증인도 여느 재판보다 많아서 그런지 수위가 센 막말이 자주 나오는 편인데요.

심지어 교수들의 입에서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하고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한 소설가 류철균 교수입니다.

류철균 교수는 지난해 3월 상황을 기억해냈습니다.

김 전 학장이 지난해 3월 "정유라의 학점과 출석 편의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거죠.

그런데 학사 편의 문제가 감사를 받게 되자 김 학장이 입을 맞추려 한 정황을 가감 없이 법정에서 공개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가 정유라를 봐달라고 한 게 아니라, 체육 특기자 일반을 봐달라고 한 것으로 해야 둘 다 산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피고인석에서 이를 듣고 있는 김 전 학장은 어떤 말을 했을까요.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건 알지만, 어떻게 없는 얘기를 만드느냐"고 류 교수를 비난했습니다.

법정이 한동안 술렁였고요.

류 교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학장님도 교수냐, 이화에 와서 모셨던 선생님은 다 선량한 분들이었다, 이 마당에 이렇게 부인하셔도 되느냐"고 맞받아쳤습니다.

또, "밑의 사람한테 죄를 전가하고, 이렇게 뻔뻔스럽게 하실지 몰랐다"고 말하면서 증언을 마쳤습니다.

【 질문 5 】
결국, 9명 전원 유죄가 나왔어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말들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의 공범이라고 할까요, 정유라 씨는 어떻게 될까요?

【 기자 】
검찰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정유라 씨의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이 됐잖아요.

현재로서는 세 번째 영장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선고에서 '정유라도 공범이다'라고 재판부가 사실상 인정을 한 부분,

정유라도 특혜받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서 검찰이 선고 내용을 주목하고 있고요.

따라서,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 2006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때도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무려 4번이나 청구한 사실도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설령 영장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텐데, 공범들이 모두 유죄가 나온 만큼 정유라 씨도 피해갈 수 없겠네요.
서정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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