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겨우 부활했는데…조선株 이번엔 `유가 쇼크`
입력 2017-06-22 17:42  | 수정 2017-06-22 19:41
회복세를 보이던 조선주 주가가 폭락 장세에 빠진 유가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한국 조선업체는 최악이었던 전년과 비교해 한층 나아진 실적을 보이고 있었는데 유가가 10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자 유조선을 비롯한 선박 발주가 줄어들 거란 전망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25% 떨어진 배럴당 42.53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배럴당 42.13달러까지 추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8월 초 장중 배럴당 39.51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유가는 43달러 부근을 지지선으로 삼고 더 이상 폭락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유가가 배럴당 43달러 밑으로 밀린 것은 기술적 분석 차원에서도 수치가 더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셰일오일 증산에 따른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가 동시에 겹쳐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모처럼 반등을 시도했던 조선주 주가는 단숨에 약세로 돌아섰다. 22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3.14% 하락한 주당 1만2350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전일 대비 2.64% 밀린 주당11만500원에 종가를 찍었다. 현대중공업 역시 같은 기간 0.29% 떨어진 주당 17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71% 떨어진 한진중공업 주가도 약세였다.
최근 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상당히 회복된 상태였다. 모처럼 수출이 호조세를 기록해 호평을 받고 있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사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국가별 선박 수주실적은 한국 207만CGT(57척), 중국 184만CGT(101척), 이탈리아 74만CGT(8척), 핀란드 67만CGT(4척) 등으로 한국이 1위였다. 지난달 말 기준 국가별 수주잔량을 따져봐도 한국(1749만CGT)은 중국(2576만CGT)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매드도그2'와 이달 '코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등 두 건의 대형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조선업계 전체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났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연초 9000원대 초반에서 시작한 삼성중공업 주가가 지난달 26일 장중 주당 1만2800원까지 올랐다. 연초 주당 7만원을 밑돌던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지난 15일 장중 12만2500원까지 올라갔다.

유가가 단기간 반등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탄력을 잃은 조선주 주가는 약세 국면에서 머물 전망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에너지 업계는 비싼 투자비가 드는 해양 유전 개발 일정을 뒤로 미룬다. 그러면 조선업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해양플랜트 발주도 줄어든다. 유조선 등 기타 선박 주문도 연기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조선사 수주 낭보가 전해지고 있지만 최악이었던 지난해 대비 나아진 수준이지 호황이라 부를 정도는 안 된다"며 "기대만큼 신조선가(배를 만드는 가격)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실적 랠리보다는 업황 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배경이었는데, 유가 하락 여파로 기대감이 사라지니 주가가 곧바로 약세 국면으로 돌아선 것이다.
글로벌 경기도 유가 상승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석 달 만에 인상하며 경기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경기가 호황인지를 보여주는 대표 변수인 유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대만큼 실물경기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미지근한데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달러화가 예상보다 더 귀해져 원화값이 떨어지고, 환차손을 우려한 한국 증시 내 자금 일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아직 실적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은 경기 민감주인 조선주에 미칠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를 왕위 계승 1순위인 왕세자에 임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유가가 지금보다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가 대대적인 감산을 유도해 유가를 끌어올릴 거란 전망이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홍장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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