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靑 코 앞 `훅` 들어간 민노총 `불법천막`…화물연대 올 들어 첫 상경투쟁 예고
입력 2017-06-22 15:46  | 수정 2017-06-22 16:13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금속노조 산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 조합원들이 설치한 불법 차양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종로구청]

민주노총이 6·30 총파업을 앞두고 연일 강경 투쟁 '세몰이'에 나선 가운데 그간 천막농성 진출 마지노선이었던 청와대 100m 앞 인도에까지 불법천막을 설치했다. 행인들 불편이 커지자 참다 못한 공권력이 출동했으나 지붕 격인 차양막만 겨우 걷어냈다. 이미 정부 청사 앞에 여러 동의 불법천막이 있지만 새 정부와 '기싸움'을 위해 땅따먹기 하듯이 청와대로 야금야금 전진한 셈이다. 노동계에서 격렬 시위를 주도해왔던 화물연대까지 6·30 총파업 다음날 상경투쟁을 예고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평화집회' 기조가 깨어지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 종로경찰서·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는 전날밤 9시경 청와대 사랑채 측면 인도에 검은색 천막을 쳤다.
이달 초 청와대 200m 앞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불법 텐트를 설치한 뒤에 구청과 종로경찰서 설득으로 자진 철거했는데 몇일 지나지 않아 더 가까운 거리에 또 불법천막을 설치한 셈이다.
청와대 100m 앞은 경찰 당국에서도 집회와 시위 관리에 마지노선으로 평가돼 왔다. 지난해 10월 말 시작된 주말 촛불집회 때도 주최 측이 청와대 100m 앞에서의 집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번번이 불허했다.

이날 노조 관계자 10여명은 10m길이 보도에 깔개를 펴고 차양막까지 세웠다. 보행자들은 차도로 내려와 걸어가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 측은 부랴부랴 '시민 통행로'를 알리는 입간판을 설치했지만 보도를 점령한 노조관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공투위가 설치한 차양막 철거 작업에 나섰다. 도로법 75조와 동법 74조에 따르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도로관리청은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을 철거할 수 있다. 강제 철거 집행에 노조 관계자들이 맞서면서 청와대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철거 인력, 노조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불법 천막과 피켓 등은 종로구청에 의해 회수됐다.
공투위 관계자는 "청와대에 요구 사항을 담은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려다 번번이 막혀 청와대 앞까지 나오게 됐다"며 "집회 신고를 정상적으로 마쳤는데도 구청 측이 천막과 피켓 등을 가져간 것을 분명한 불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산별 노조들은 이미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로소공원 등에 여러 개의 불법천막을 만들어 놓고 농성중이다. 지난 19일 종로구청과 경찰도 강제 철거 집행에 나섰다가 완강히 저항하는 노조관계자들의 '기'에 밀려 철수한 바 있다. 경찰과 관할 구청은 내주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강제 집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연한 집회 관리 방안을 주문한 새 정부의 집회 대응 방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마지노선으로 생각됐던 청와대 100m 지점까지 불법천막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청와대 앞마당에 들어가서 텐트를 쳐도 제지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탄했다.
불법천막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이번 주말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사드반대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와 함께 6·30총파업을 앞두고 강경한 도심 집회 분위기가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어 경찰은 초긴장 상태다. 강경 집회의 대명사였던 화물연대가 올 들어 처음으로 7월1일 상경 투쟁에 나선다고 선포했다. 화물연대는 과거 각종 집회마다 쇠구슬 투척, 쇠파이프 등을 동원해 폭력행위로 집회 참가자가 구속되는 등 지금까지 이어온 평화집회 분위기에 '시한폭탄'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새 정부의 유연한 집회 주문에 발이 묶이면서 애를 먹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집회 관리 선방에 섰던 기동대는 '집회 현장에 모습 나타내지 말라'는 본청 지침으로 인해 수 백 미터 밖에 기동대 버스 감추는 게 요즘 주 업무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건설노조의 대규모 도심 상경집회에서도 서울지방경찰청 앞 후면 도로에 기동버스 수 십대 대기해놓고 '하세월'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반면, 교통경찰들이 모자란 인력으로 집회통제를 하다 출근길 교통혼란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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