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12일 뉴스초점-빚 탕감의 함정
입력 2017-06-12 20:14  | 수정 2017-06-12 20:44
새벽 4시 기상. 이동 중 차에서 직접 메이크업을 하고 일이 끝나면 바로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합니다. 식사는 주로 도시락과 컵라면, 집에서 준비한 4리터의 커피가 유일한 호사지요. 이렇게 하루종일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2시.

1990년대 인기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였던 이상민 씨의 요즘 일과입니다. 잠 잘 시간도, 밥 먹는 돈도 아껴가며 강행군을 하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죠.

'바보 같다, 미련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벌어서 갚을 수 있는 직업이 있어서 부럽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일해 빚을 갚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골자는 국민행복기금에 등록된 채무자 중 10년 이상, 1천만 원 이하 연체자들에 한해 빚을 탕감해 준다는 건데….

이런 부작용도 생길 수 있겠죠.
'갚지 않고 버티면 탕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년 동안 빚을 갚지 못한 1천만 원 이하 연체자는 '조금만 더 버티면 탕감받는다'는 생각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열심히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겁니다.

'불평등을 해소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많이 한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일을 중단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그걸 악용하는 이들로 인해 또 희망을 잃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건 진정한 불평등 해소가 아닐 겁니다. 또다른 불평등의 시작일뿐이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일부라도 열심히 갚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식으로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할 겁니다.

불평등 해소도 좋지만, 형평성의 가치도 훼손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등한 사회는 그렇게 시작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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