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총재의 발언 뒤엔 주목할 4개 포인트 있었네
입력 2017-06-12 16:5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12일 '통화정책 조정 필요성' 발언은 지난 2012년 이후 지속돼 온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전환할 만큼 추분히 무르익은 대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예상을 웃도는 경제 회복세가 한은의 경기방어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소비회복세가 여전히 완만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4월 공표 전망치(2.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적 시각을 밝혔다. 이어 "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성장세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한차례 상향 조정한 데 이어 7월에 또 한 차례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실제 1분기 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면서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다. 남은 3분기 동안 평균 0.7%씩 성장한다면 2014년 이후 연 3% 성장률 고지를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수출 역시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5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설비·건설투자 역시 각각 전년동기 대비 4.4%, 6.8%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과열 현상 역시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를 지지하는 근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가계신용은 1359조 6000억 원으로 1342조 5000억 원이었던 지난해말보다 17조 1000억 원 증가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부문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한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 전보다 0.06% 올랐다. 5월 마지막 주 상승률(0.07%)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상승폭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지난 1년간 사상 최저수준으로 금리를 동결시켜 온 한은의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외에도 저금리 기조와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여러 지표가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가계부채,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커졌다"며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 줄었다고 한) 지난번보다 총재의 메시지가 반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은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FOMC회의에서 현 연 0.75~10%인 기준금리를 1.0~1.25%로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8일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던 표현에서 '더 낮은 수준'이란 문구를 제외하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국외로 이탈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한국은행이 이른 시일내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11조원대 추경을 편성해 재정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낼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획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갑자기 금리를 긴축적으로 운용하면 재정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며 섣부른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한·미간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주열 총재의 말처럼)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게 맞다"면서 "주택·자산시장 과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해 부채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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