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K 청문보고서 채택` 치킨게임 벌이는 靑·野
입력 2017-06-12 16:49 

자유한국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한국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청와대가 철회하지 않으면 다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동의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때문에 문재인 정부 내각 인선을 포함한 향후 정국이 강대강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12일 열기로 한 여야 간사단 회의는 입장 차이로 열리지 못했다. 여야 간사단은 이 회의에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정할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당 의원총회에서 "오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마지막 날"이라며 "우리는 부적격 의견을 보고서에 담는 게 아니라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이날 오후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계획했지만 한국당·바른정당 위원들의 불참으로 2차 채택 기한(12일)을 넘어섰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위원들이 임명에 동의하는 만큼, 전체회의가 열리면 청문보고서가 '적격'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당·바른정당의 반발로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셈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이수·김상조 두 후보자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관계가 깊다. 두 야당은 개인 의혹과 자질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청와대가 고집하면 나머지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역시 강 후보자에 대해서 반대한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새 장관 후보자를 속히 내정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김·김·강'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이수·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은 12일까지였다. 우선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2차 기한이 넘어선 만큼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1차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범위에서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를 넘어서면 채택 여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정무위 내에서도 반수를 넘는 14명(민주당 10명, 국민의당3명, 정의당 1명)의 위원이 임명에 찬성하는 만큼 명분도 있다.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는 다소 복잡하다. 헌재소장의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출석의원의 반수를 넘는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22일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야3당의 반대하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도 쉽지 않다.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지는 형국인데다가 여론도 정부 여당에 쏠림현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나 전직 외교부 인사들의 찬성 움직임도 있어서 청와대는 1차 채택 기한인 14일까지 야당을 계속 설득할 계획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캐스팅보터' 인 국민의당에서 다소 상충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 등 현 지도부는 지난 8일 의총을 통해 당론으로 '강경화 반대'를 정한 뒤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에서 지도부와 결을 달리하는 정동영 의원은 "외교부의 내부자가 아닌 현장을 뛰어본 외부 전문가"라며 강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도 강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한다. 지도부 의견과 호남 역 의원의 견해가 다른 것은 호남 여론을 의식하고 향후 전당대회를 염두해 둔 독자노선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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