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 개정으로 안전?…고민되는 지역주택조합
입력 2017-06-08 17:51  | 수정 2017-06-08 19:22
지난해 9월 입주한 광주광역시 남구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힐스테이트 백운`. 전용 84㎡ 타입의 경우 지난 2012년 조합원 모집 당시 분양가가 2억4000만원이었으나 현재 3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엔지니어링
A씨는 최근 시세보다 싸게 나온 1500가구 규모 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고 덜컥 지역 주택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사업계획을 승인받지 못한 상태였다. 사업 승인 과정에서 당초 홍보보다 아파트 가구수가 줄어들었다. 이 조합은 A씨에게 사업비 상승을 이유로 추가금액까지 요구했다. A씨는 광고물에 분양 금액이 확정됐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B씨는 2011년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에 있는 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토지매입과 조합원 모집이 거의 다 끝났고, 시공사가 대형 건설사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임에도 투자했다. 조합원 분양가는 2억900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4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4년 2월 입주한 지 3년4개월 만에 1억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치솟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명 '아파트 공동구매'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재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은 여전하므로 제대로 따져 보고 투자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이란 주택법에 따라 일정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 등이 공동으로 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결성하는 단체를 뜻한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 설립 규모는 2012년 26건 1만3293가구에서 지난해 104건 6만9150가구로 최근 5년 새 5배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은 2012년보다 7배가 급증해 1만7929가구(22건)에 달했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시행사 이윤과 토지 금융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을 절감해 분양가가 10~15% 저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전매도 쉽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지역주택조합은 총 31개 사업장에서 3만3353가구 규모로 조합원 모집과 일반분양에 나선다. 최근 분양 시장에 온기가 돌자 지역주택조합이 많아졌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건설사들이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최근 대형사가 시공해 통상 500가구 전후였던 조합이 1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꾸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합원 모집 등 지역주택조합 설립 추진과정에서 거짓·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받아야 아파트 가구수·규모 등이 정해지는데 일부 주택조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상 조감도를 확정된 것처럼 광고했다. 조합원 수가 부족하거나 토지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이미 인가가 났거나 사업 추진일정이 확정된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된 주택법이 이달 3일부터 시행되면서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조합원을 모집할 때 먼저 관할 시·군·구에 모집 주체와 공고안, 사업계획서 등 증빙서류를 내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집 방식은 지역 일간신문이나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고만 가능하다. 인터넷광고나 현수막을 통한 조합원 모집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비공개로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신고 없이 조합원을 모집했다가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주택법 개정으로 많이 투명해지긴 했지만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와 위험을 조합원 개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특히 실제 입주까지 이뤄지는 사례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5~2015년 설립인가를 받은 155개 지역주택조합 중 현재 입주까지 완료된 조합은 34개(21.9%)에 불과하다. 나머지 121개(78.1%)에서는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가는 대부분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사업이 지체되면 업무 추진비가 증가해 인근 시세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토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 승인이 취소되기도 한다.
특히 이달 3일 이전 조합원을 모집한 지역주택조합은 개정된 주택법이 적용되지 않아 과장·허위 광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역주택조합과 계약하기에 앞서 관할 지자체나 민원24·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등에서 조합원 인가·사업 승인 여부 등 사실 관계를 꼼꼼히 확인한 뒤 조합원 가입을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사업면적 95% 이상의 토지를 확보했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표류하는 경우 대부분은 토지매입이 원활하지 못할 때다. 95% 토지를 확보하고 나면 주택법에 따라 더 이상 '알박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장점도 많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며 "사업용지 확보가 95% 이상인지, 공신력 있는 신탁사가 자금을 관리하는지, 믿을 수 있는 시공사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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