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청문회에 선 김상조와 강경화…뭐가 달랐나
입력 2017-06-08 17:18 

인사청문회에 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가 두 후보자를 지명하자 야당과 언론은 현미경 검증에 나섰고, 온갖 의혹들이 생산됐다. 위장전입과 탈세,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의혹 등이 공통분모로 도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5대 인사비리 배제 원칙 중 상당부분 의혹이 제기됐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펴던 문재인 정부가 맞딱뜨린 첫 암초였다.
하지만 막상 인사청문회 뚜껑을 열어보니 두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마디로 '김상조 통(通), 강경화 불통(不通)' 기류다. 둘 모두 강행하겠다는 청와대와 둘 모두 낙마시키겠다는 자유한국당이 극단에서 대치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의 조건부 통과와 강 후보자의 낙마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청와대가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없다.
현장에서 청문회를 꼼꼼히 지켜본 결과 두 후보자는 전문성과 윤리관, 소명태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전문성 부분은 둘의 가장 명확한 차이점이었다.

김 후보자의 전문성에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평생을 경제학자와 시민운동가로서 살아오면서, 이론과 현실의 양날 검을 예리하게 갈았다. 인사청문회에서 그와 정책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만한 의원은 하나도 없었다.
담뱃불로 연구실을 태웠다는 김 후보자의 십여년전 실화 사건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맹탕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정무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워낙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의혹 재생산에 집중한 나머지 날선 정책 토론은 전무했다.
이에 반해 강 후보자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외환경에 비해 다소 한가해보이는 답변을 늘어놨다. 전문 지식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 의혹 해명 준비에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북핵과 한미·한중 관계 등 민감한 분야에서 소신을 묻는 질문에는 서면질의서에 적어놓은 새 정부 정책 기조를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답했다. 강 후보자는 "자녀 국적문제로 공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한국 국적 취득을 대사 임용 조건으로 하는) 임용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자기 방어적 소신만을 피력해 국민 눈높이와의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물론 외교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는 것이 합당하지 않고, 특히 상대방이 있는 외교부의 수장은 더욱 신중하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엔 등 다자외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강 후보자는 미중일 등 주요국과의 양자외교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킬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평가다.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는 "평생을 칼날 위에 서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말로 속내를 표현했다. 대학원생 때부터 들고 다닌 헤진 가죽가방 얘기도 나왔다. 시민운동가로서 나름대로 도덕적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공감대는 만들어졌다.
반면 강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해선 "기억이 없다"고 발을 뺐다. 거제도 별장 투자건에 대해서도 "아이들 명의로 해주면 자주 내려올 것 같아서"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외교관 시절에 장녀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데 대해,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느슨한 잣대로 살아온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내내 꼼꼼히 메모를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싸인펜을 번갈아 써가며, 의원의 질문과 자신의 답변을 요약했다. 강 후보자는 볼펜 하나를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메모지에 무언가를 계속 받아적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메모를 하는 와중에도 두 후보자의 소명 태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김 후보자는 메모를 최소화하면서 의원들과 눈을 맞추고 공감을 표했다. 자신의 의혹을 반박할 때는 큰 제스처를 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본인의 소신이 강한 스타일이지만, "공직자가 되면 사견을 최대한 억누르고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말을 가려하겠다. 국회의 동의를 구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
강 후보자는 의원의 질문 과정에서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받아적기에 바빴다. 한 여당 의원이 "적지 말고 대화하자"고 했지만, 그는 이 말마저 그대로 받아적는 듯 했다. 외교정상 회담에 배석한 통역사 아니냐,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게 '의혹 화수분'으로 불렸던 두 후보자의 평가가 청문회에서 극적으로 엇갈린 이유들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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