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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이슈]스크린 독과점, `대립군` 감독이 쏜 안타까운 화살
입력 2017-06-08 16:4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상업영화 감독들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점 비판은 용기 있는 일이다. 멀티플렉스 대부분이 수직계열화 회사들이기에 향후 알게 모르게 어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 용기를 내 지적하는 건 박수받아 마땅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대립군'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도 최근 외화 '미이라'의 스크린 독점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정 감독은 SNS에 "아무리 호불호가 갈리고 예매율이 낮지만 개봉 1주도 채 안 되었는데….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개봉 6일 만에 교차 상영 수순을 밟게 됐다"면서 "승자 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관객의 권리를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90억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목숨이겠냐"고 토로했다.
그의 지적은 맞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리 날카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봉한 '대립군'은 첫날 809개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둘째 날은 776개, 셋째 날은 786개, 넷째 날은 725개 등 비슷한 추이를 이어갔다. 관객의 반응과 호평이 이어지면 개봉관 수는 늘어갈 텐데, '대립군'은 그렇지 못했다.
관객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졌고, 외화 '미이라'가 개봉한 지난 6일에는 534개 스크린까지 감소했다. '미이라'의 예매율은 60%에 육박하는 수치였고, '대립군'의 예매율은 2%에 그쳤다. 좌석 점유율에서도 '대립군'은 첫날 22.1%, 둘째 날 12.1%, 첫째 주말인 3일 28.1%, 4일 25.7%로 집계됐다. '미이라'가 개봉한 지난 6일에는 좌석 점유율이 30.2%였고, '미이라'의 좌석 점유율은 63.0%였다.
'대립군'은 기개봉작 '캐리비언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보다 좋은 조건으로 상영관을 빼앗아 가는 듯했으나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밀려 다시 스크린 수는 역전됐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매번 멀티플렉스가 주장하는 "관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대응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멀티플렉스의 주장은 여전히 비난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정 감독의 논리로는 그 지점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정 감독은 직격탄을 날리며 "제 영화가 혹시나 극장을 너무 많이 차지할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라는 말도 했다. '대립군'도 809개 스크린으로 시작했는데 이 정도면 많은 숫자다. 다른 작은 영화들은 더 열악한 상황인 걸 많은 이가 안다.
한 극장에서 10개 이상의 영화가 고른 시간대에 상영되는 게 스크린 독점 이야기가 안 나올 텐데, 상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미이라'는 스크린 독과점 이야기가 뻔히 나올 텐데도, 1200개가 넘는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여전히 1000개 넘는 스크린을 확보 중이다.
정윤철 감독이 차라리 '대립군' 개봉 날 스크린 독과점을 이야기했더라면, 자신의 영화의 스크린 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면 다른 박수를 받지는 않았을까.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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