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브레송이 흠모했던 사진작가, 그를 만나다
입력 2017-06-08 15:52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으로 했던 것이다."
'결정적 순간'을 렌즈에 담았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스승인 그를 흠모하며 남긴 말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 작가 중 한 명인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1894-1985)다. 케르테츠는 예술과 르포, 아방가르드와 스냅 사진의 중간에서 독특한 경지를 일군 거장이었다. 회화처럼 치밀한 화면 구성과 독특한 앵글, 깊고 세밀한 흑백의 농담은 그만의 스타일이자 특징이었다.
70년 가까이 사진만 붙들고 살았던 그의 삶과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케르테츠는 당시 예술의 중심이었던 프랑스 파리에서 명성을 얻었고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마흔 즈음 뉴욕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타계 직전 '예술의 모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문화부에 10만 점의 원판 필름과 1만5000점의 컬러 슬라이드 소장본을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그 원판으로 인화한 '모던 프린트' 189점으로 구성됐다. 대부분이 흑백이며 대표작 '왜곡' 시리즈는 슬라이드 사진 15점으로 왔다. 대표작은 1926년작 '몬드리안의 안경과 파이프'로 안경과 재떨이, 파이프가 지닌 원의 형태를 리듬감 있게 표현했다. 인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몬드리안의 체취와 존재가 느껴진다. 이 작품은 199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인 37만6500달러에 낙찰됐다.
벽에 걸린 흑백의 작은 사진들이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아날로그 느낌이다. 그는 기록보다 해석에 중점을 뒀다. 포크 하나 접시 한 개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으며 어떤 사조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았다. 일기 쓰듯 솔직한 감성을 자유롭게 담아냈다. 스스로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한다"고 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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