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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권, 7년새 저신용자·서민대출 `40조` 줄였다…판 커지는 사금융
입력 2017-06-08 10:59 
[사진제공 = 매일경제]

#지난해 7월 40대 주부 김모 씨는 급전이 필요해 인터넷 광고를 보고 불법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사채업자는 일주일 후 8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선이자 27만원을 떼고 53만원을 김씨에게 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80만원 상환이 어렵게 되자 이자로 매주 24만원씩 총 아홉 번에 걸쳐 빚을 갚았다. 하루라도 연체를 하면 이자를 10만원씩 추가로 내야했다. 이 사채업자는 김씨에게 53만원을 빌려주고 법정 최고 이자율(개인 대 개인 기준 연 25%)의 94.5배인 연 2361%를 받아 챙겼다.
최근 7년 사이 대부업(지자체 등록업체 기준)을 포함해 금융권에서 취급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계대출 잔액이 4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금융권에서 흡수하지 못한 저신용·서민층의 초과 자금 수요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학계에서는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부업을 포함해 금융권에서 취급한 신용등급 7등급 이하(7~10등급) 저신용자 가계대출 잔액은 2010년 말 139조3000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저신용자 가계대출은 작년 말(99조4000억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고 올해 3월 말에는 99조2000억원을 기록해 최근 7년 동안 40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업권별(올해 3월말 현재)로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지방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은 24조2000억원을 취급해 상호금융권(37조3000억원)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은행권이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795조4000억원) 규모에 견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보면 3.0% 수준으로 금융권 중 가장 낮다. 저신용자에게 특히 문턱이 높은 은행 여신심사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민금융기관을 자처하는 저축은행권의 경우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취급한 가계대출 대비 35.3%(8조3000억원)를, 카드사·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16.3%(14조3000억원) 수준을 각각 나타냈다.
특히 대부업체는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 13조1000억원 가운데 73.6%인 9조6000억원을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빌려줬다. 금융권에서 밀려한 저신용자들이 주로 고금리 대부업체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계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서 줄여 나간 저신용자 대출의 상당액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 갔을 것으로 본다. 심지홍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93만명 가량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가계 빚이 늘고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저신용·서민이 140만명에 이른다는 학계 추정도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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