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간접 공모펀드 "해외 헤지펀드 편입 말라니…"
입력 2017-06-07 17:41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등장한 '재간접 공모펀드'가 도입 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상품이 흥행하려면 다양한 해외 헤지펀드를 편입해야 한다는 자산운용업계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국내 등록된 해외 헤지펀드에 한해 투자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을 비롯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재간접 공모펀드 준비에 한창이다. 재간접 공모펀드는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일반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공모펀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운용 성과에 따라 펀드매니저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성과보수 공모펀드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동시에 재간접 공모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간접 공모펀드는 규정상 1개 헤지펀드에 운용자산의 2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특정 헤지펀드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즉, 재간접 공모펀드는 5개 이상의 헤지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활성화된 게 불과 2년 정도밖에 안 되다 보니 운용 기간과 전략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며 "심지어 성과가 우수한 펀드들은 운용 정보가 노출되다 보니 재간접 공모펀드에 편입되길 꺼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운용 기간이 길고 전략이 다양한 해외 헤지펀드를 편입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제도상 재간접 공모펀드는 국내에 등록된 해외 헤지펀드만 편입이 가능하다. 국내에 등록된 해외 헤지펀드가 다양하지 않아 새롭게 발굴하려 해도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국내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는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재간접 공모펀드의 투자 대상이 사모펀드이긴 하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해외 헤지펀드에 대해) 국내 등록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헤지펀드가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사모펀드는 빠르게 성장한 반면 공모펀드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0년 공모펀드(198조원)와 사모펀드(120조원)의 순자산은 큰 격차를 보였지만,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이후 격차는 점차 줄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모펀드(250조원)가 공모펀드(212조원)를 추월했다. 지난 2일 기준 공모펀드는 237조원, 사모펀드는 27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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