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허니文` 일주일, 개미들만 웃지 못했다
입력 2017-05-17 17:36  | 수정 2017-05-17 19:33
순매수 톱10종목 수익률 비교
새 정부 출범 이후 개인들이 내수 관련 주식 중심으로 1조원을 투자했으나 5% 정도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택한 종목이 코스피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과는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정책 기대감보다는 실제 기업 실적과 저평가 여부, 실적 전망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이달 10~16일 개인·기관·외국인으로 이어지는 주요 매수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개인들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들은 넷마블게임즈(2861억원 순매수), 한국전력(1896억원), 엔씨소프트(1349억원)를 집중 매수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업체 코스맥스도 751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코스맥스는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28% 수준에 그쳐 국내 사업에 주력하는 내수주로 구분된다. 영화관 운영업체 CJ CGV도 231억원 순매수했다.
이들을 포함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5.3%에 그쳤고 모든 종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에 대한 순매수 금액 합계는 1조459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0.1% 상승했고, 같은 기간 외국인(2%)과 기관(1.9%)이 수익을 낸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만 '나 홀로 역주행'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손실 배경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내수주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내수주였다. 수출 호조로 이익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수출주와 달리 일부 내수주는 이익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투자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11월부터 수출이 좋아지면서 반도체·화학과 같은 수출주가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반면 내수주는 아직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선호하는 실적 향상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외국인은 현대중공업을 집중 매수(3530억원)했고 주가는 2.4% 올랐다. 외국인이 현대중공업을 선호한 이유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187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90.3% 급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편의점 업체 BGF리테일의 수익률(9.3%)이 가장 높았는데 이 종목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43% 늘었다.
기관도 기업 이익에 따라 투자 원칙을 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1751억원)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3% 늘어났다. 기관은 SK를 두 번째로 많이 샀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폭은 11.9%였다.
이와 달리 개인들은 정책 기대감과 최근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에 따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게임 산업 규제 완화 발언을 한 것을 토대로 게임 관련주인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를 최근 대거 사들였다. 다만 실적에 바탕을 둔 투자 패턴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상장한 넷마블게임즈는 올 2분기부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라 1분기 영업이익 수준 파악이 어렵고, 엔씨소프트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8%나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달에는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음에도 호재성 뉴스에 따라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개인들이 따라잡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4%나 감소한 1조4600억원에 그쳤지만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에 올랐다. 한국전력을 매수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6월 1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주가가 무려 33.3%나 빠졌다.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집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증대와 원자력·화력발전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이 포함돼 있다. 작년 기준 한국전력 영업이익에서 원자력·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공약대로 밀고 나갈 경우 한국전력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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