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 내통 의혹 트럼프는 지금 `만신창이`
입력 2017-05-17 17:12 

러시아와 내통한 의심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에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이어 FBI 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정황까지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따라 대통령이란 최고위 공직을 수행할만한 신뢰와 도덕성이 결여돼 있다는 원론적인 비난에 직면하면서 만신창이가 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전 FBI국장이 지난 2월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 요구를 받고 이 대화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2쪽 분량의 기록을 남긴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월14일은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이었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퇴한 다음 날이다.
코미 전 국장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이 참석한 테러 위협과 관련한 안보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당시 국장과 독대 시간을 갖고 "기밀 정보를 보도한 기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한 후 "플린은 좋은 사람이니 (러시아 내통 관련) 수사를 손놓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코미 국장은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고만 답했다.
기밀유출에 이은 수사외압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부상했다. 러시아 내통 의혹과 코미 전 국장 경질로 불거진 탄핵론이 이번 사건으로 더욱 확대된 것이다.

스테이 호이어 민주당 상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공화당에서 탄핵 가결 의석이 충분해졌다고 인정해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48%에 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펜스 부통령이 국민들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의 후폭풍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민주당은 당시 대화록 공개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한 정보 공유였다"는 해명이 오히려 기밀 유출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당인 공화당조차 트럼프 대통령 방어를 포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숨길 것이 없다면 상·하원 정보위에 당시 대화록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기밀 유출에 대한 국민적 의심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알려준 내용은 시리아 테러단체가 노트북에 폭탄을 설치해 항공기를 통해 들여오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것으로 이스라엘이 제공한 정보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보공유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가 추락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제 어떤 동맹국도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골치 아픈 신호를 보냈다"고 했고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백악관이 상원 정보위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백악관은 NYT가 수사외압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NYT가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를 진실하게 또는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어떤 수사도 중단하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재차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당시 대화는 전적으로 적절했다"며 수습에 나섰다. 맥마스터 보좌관의 해명은 그러나 전날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정보유출도 없었다"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정보공유였다"고 주장한 이후 말을 바꾼 것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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