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투표 이모저모
입력 2017-05-09 16:05 

○…첫 투표권을 갖게 된 세월호 생존학생들도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3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다른 생존자가 내려준 소방호스를 잡고 올라와 가까스로 탈출한 단원고 생존학생인 A(20·대학생) 씨는 이날 경기 안산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A씨는 "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투표한 후보 역시 세월호 관련 공약을 냈는데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으로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명명백백 밝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부터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와 함께 새 대통령은 대학 등 교육현장을 찾아 젊은이들과 소통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9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옥선(90) 할머니는 이날 오전 9시 불편한 몸으로 부축을 받고 투표를 마친 뒤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희망을 갖고 투표했다. 그동안 사죄를 못 받아 애를 썼는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일본에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반드시 받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나눔의 집측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박옥선(93), 김군자(91), 하점연(95) 할머니도 오전에 함께 투표할 예정이었으나 나눔의 집에 함께 거주하는 김순옥(95)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장애인용 승합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동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께 따로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9일 광역단체장들도 잇따라 투표소를 찾아 새 대통령 뽑기에 나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9일 오전 9시께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제6투표소(흥덕중학교)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남 지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은 외교안보 위기 해결, 경제 성장, 따뜻한 공동체 조성 등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며 "탁월한 리더십과 통합, 소통의 능력을 갖춘 대통령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이날 오전 11시께 자택 주변인 중구 태평동 신평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부인 윤수의 여사와 함께 투표했다. 권 시장 부부는 투표를 마치고 나와 함께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한편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등은 지난 4∼5일 사전투표 기간 투표를 마쳤다.

○…결혼 이주여성 김나연(27·베트남명 후인티캄)씨는 9일 충북 옥천의 삼양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남편과 함께 투표했다. 지난 2009년 한국에 시집온 그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해 투표권을 얻었다. 김씨는 "첫 투표여서 설레고, 비로소 완전한 한국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 김문기(41)씨는 "아내한테는 이번이 태어나 처음 하는 투표"라며 "집에 배달된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읽고, TV토론을 지켜보면서 심사숙고해 지지 후보를 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투표 사무원이 유권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동명이인이 서명하고 투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9일 충청북도 제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천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할 A씨는 이날 오전 투표소를 착각해 제1투표소를 찾아가 투표했다. 제1투표소 선거인명부에는 A씨와 동명이인인 B씨 이름이 있었고, 투표 사무원은 A씨가 B씨인 줄 알고 그대로 투표를 하도록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나중에 투표소를 찾은 B씨는 누군가 자기 대신 서명을 하고 투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B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투표소 쪽과 선관위는 경위 파악에 나서 해당 사무원이 A씨의 신분증과 선거인명부의 생년월일을 철저히 대조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임을 알아챘다. 뒤늦게 오류를 확인한 선관위는 A씨가 원래 투표소인 제2투표소에 다시 투표하지 못하도록 조처하고 B씨에게는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9일 경기도 양주시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이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양주시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께 양주시 상패초등학교에 설치된 은현면제3투표소에서 A(60)씨가 주소지를 확인하는 선거사무원 B씨의 따귀를 때렸다. A씨는 은현면제1투표소(은현복지회관)에서 투표해야 하는 선거인이었지만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가 B씨가 주소지를 재차 확인하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B씨에게 "왜 말대꾸를 하느냐"면서 뺨을 때리고 "나는 하늘에서 내린 귀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대청호에 둘러싸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의 주민들이 9일 배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이 마을 주민 7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4.9t급 철선에 몸을 싣고 폭 1㎞의 대청호를 가로질러 '육지'에 나와 투표에 참여했다. 주민인 장영자(73·여)씨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지만, 대통령을 뽑는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할 수 없어 일찌감치 배를 탔다"고 말했다. 배 운전을 맡은 노인회장 이수길(75) 씨는 "마을 주민 16명 가운데 사전투표를 못 한 7명이 오늘 투표에 나선 것"이라며 "병원에 입원 중인 2명을 제하면 전원 투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9일 충청북도에서는 투표지를 훼손하거나 기표소에서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찍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충북도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제천시 중앙동에 사는 A씨(50)는 노모와 함께 투표하기 위해 관할 투표소를 방문했다. A씨는 어머니를 도우려 기표소에 같이 들어갔지만 선관위 관계자로부터 제지당했다. 이에 A씨는 '왜 못 도와주게 하느냐'며 선관위 관계자에게 항의한 뒤 그 자리에서 투표지를 찢어버렸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A씨(57)가 '기표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재발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투표지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투표지를 훼손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기표소 내 투표지를 촬영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5건이나 됐다. 충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기표소 안에서는 촬영하면 안된다"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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