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자리 엑소더스` 지난 10년간 110만개 일자리 해외로
입력 2017-05-03 17:21 

국내 기업이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고 신사업 확장을 위해 잇따라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에 따른 국내 일자리 공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미국 내 첫 생산시설인 테네시 공장 가동에 나섰다. 올해 타이어 140만개 생산을 시작으로 1200여명을 현지에서 고용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고 현지에서 1만5000명 고용에 나섰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기업들의 해외 진출 러시로 인해 이들 기업들이 해외 진출 현지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지난 2005년 53만3000개에서 2015년 162만5000개로 3배나 늘었다. 하지만 정작 국내로 유치된 외국투자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19만9000개에서 27만1000개 증가에 그쳤다. 들어온 일자리 대비 나간 일자리 격차는 2.5배에서 6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대한상의는 이날 "기업이 성장엔진을 찾아 해외로 눈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국내로 들어오겠다는 기업이 줄고 있다는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사유는 다양하다. 기아차는 멕시코 정부가 여의도 1.7배 크기 용지(500만㎡)를 무상 제공하고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파격 세일즈'에 나서자 사업지를 멕시코로 낙점했다. 한국타이어는 북미 시장 공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투자 유치책에 따른 따른 정책 수혜를 노렸다.
하지만 2015년까지 지난 5년간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464억달러로 세계 37위에 그쳤다. 직전 5개년과 비교하면 2.8% 줄어 세계 평균 증가치(2.3%)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5~2015년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 유입·유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출(4.3%->20.2%)이 급증한 반면 유입(11.7%->12.7%)은 제자리 걸음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 규제 개혁과 법인세 인하에 나서며 일자리 유치 경쟁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손놓은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는 파격적인 규제 혁신으로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유입시켜 일자리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기 정부가 종전 포지티브 규제(허용한 것 외에 모든 것을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규제할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일자리 공백과 관련해 공격적인 리쇼어링(국외로 나간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정책 등 투자 유인체계를 다시 짜야한다고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은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요금은 1MWh당 85달러 수준으로 경쟁국과 비슷하지만 부지 제공, 세제 혜택 등 투자 인센티브 매력도는 미국 독일에 비해 낮다"며 "조세제도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방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신뢰성을 끌어올리라는 주문도 내놨다. 2016년 국제경영원(IMD) 정책 투명성지수에 따르면 조사대상 61개국 중 한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보다 낮은 43위다. 이항용 한양대 교수는 "아무리 좋은 투자 유치제도가 있어도 정책 신뢰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며 "자주 바뀌는 규제, 복잡한 행정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일자리 전쟁에 나서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미국을 꼽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1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 제도를 도입했고 법인세도 최근 3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 팀장은 "일본은 국가전략특구를 통한 규제개혁과 법인세 감면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내걸며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펴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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