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보고 인터넷에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116명이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병무청의 처분에 반발해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려면 처분이 집행되는 것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병무청은 병역거부자들이 낸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1심에서 어느 쪽이 패소하더라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고는 다시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가 1심에서 패소한다면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총 237명의 인적사항을 사이트에 공개하면서 140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포함했다. 2014년 신설된 병역법 제81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검사나 입영·소집을 거부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병무청 사이트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도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만,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이들을 '병역기피자'로 낙인찍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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