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K포커스] 선수 권익 vs 심판 권위...선수 항의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17-05-03 06:23 
2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 초 2사에서 롯데 이대호가 아웃 판정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당시 박종철 3루심이 이대호에게 그라운드를 떠나라고 말하고 있고, 이대호는 이에 대해 다시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난 4월 마지막주 프로야구의 특징 중 하나는 선수와 심판의 충돌로 인한 퇴장사태가 연달아 벌어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던 SK와 삼성의 경기에서 SK 내야수 이대수(36)는 2회초 1사 1,2루의 볼카운트 1B-2S 상황에서 장원삼의 4번째 공에 몸을 맞았다. 배트를 휘두르려다 멈춘 이대수는 사구라고 판단해 1루로 뛰어갔지만 심판은 스윙 판정을 했고, 결국 삼진 아웃됐다. 하지만 이대수는 이 과정에서 스윙이 아니라며 1루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항의가 길어지자 주심은 이대수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대수는 더그아웃을 나가면서 심판을 향해 욕설을 퍼붓었고, TV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결국 2일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이대수는 리그규정 벌칙내규 제7항에 의거 출장정지 2경기와 함께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제재를 받았다.
다음날인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전에서는 롯데 주장 이대호(35)가 퇴장을 당했다. 4회초 2사 1,2루에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두산 선발 장원준의 2구째를 받아쳤다. 공은 홈플레이트를 강하게 때린 뒤 떠올랐고, 박세혁이 공을 잡아 이대호를 태그했다. 심판의 판정은 아웃. 하지만 이대호는 파울이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어필했고, 헬멧과 보호장비를 던진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다 퇴장 당했다. 이후에도 퇴장 상황에 대해서 조원우 롯데 감독과 심판들과의 언쟁이 있었고, 이대호도 다시 항의를 하다가 결국 더그아웃을 떠나고 말았다.
과거에도 심판과 선수 간에 판정과 관련한 시비는 존재해왔다. 특히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관련해서는 타자와 심판, 투수와 심판 모두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 차는 분명하다. 선수들은 기본적인 항의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고, 심판들은 판정의 권한은 오직 심판한테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합의판정을 시작으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오심 논란은 수그러든 편이긴 하지만,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되지 않는 판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판과 선수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그렇다면 심판과 선수의 입장 차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 간단한 항의 정도는 선수 권익으로 봐줘야?
이대호는 퇴장 다음날인 30일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퇴장 상황을 밝혔다. 이대호는 많은 팬분들 앞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여서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퇴장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함이 덜 풀린 듯 했다. 그는 헬멧을 던진 것에 대해 퇴장을 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헬멧을 세게 집어던진 것도 아니고, 굴린 정도였다. 그리고 헬멧을 던질 때는 퇴장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판정에 불만이 있었고,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승복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3루심이 대뜸 다가와서 ‘너 뭐야? 뭐하는 거야 이러시더라. 나는 더 이상 부딪히기 싫어서 선수들보고 ‘빨리 수비 나온나하며 손짓을 했는데, 그것을 팬들 선동을 했다고 하면서 퇴장명령을 내리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자신에 화가 많이 난 상황에서 그것을 풀기 위해 한 측면도 있었다. 물론 헬멧을 던졌을 때 퇴장명령이 나왔다면 바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팬들을 선동했다고 하셔서 다시 항의를 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대호의 말에 따르면 헬멧을 던졌을 당시 퇴장명령은 없었고, 3루심인 박종철 심판위원이 나중에 퇴장명령을 내린 것이다.
또 이대호는 심판들이 저보다 대부분 야구선배인 것은 안다. 하지만 ‘너 이리와라는 등 감정적인 대응은 아니지 않느냐”며 경기에 들어가면 한 팀의 주축으로서 화가 날 때가 있다. 심판 눈치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잘못한 것을 인정한다. 헬멧을 던진 것도 인정한다. 구심에게는 죄송하다”며 선수 대표로 애교있게 항의하고 싶었는데...퇴장을 주기 전에 주의를 준다거나 하는 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심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서로 막하는 것보다는 배려를 한다면 싸울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항의에 대한 부분을 일종의 권익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심판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며 일종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냐. 선수와 심판이 부딪혀봤자 좋을 리 없다. 프로이고 동업자 관계이다. 서로 존중해야 한다. 심판위원들도 말씀 하실 때 존중한다라는 분위기가 들도록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13년 4월 삼진 당한 뒤 문승훈 심판의 스트라이크콜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두산 홍성흔.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퇴장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홍성흔은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 앞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홍성흔의 사례처럼, 심판과 선수간의 충돌은 그라운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규칙대로 적용하는 게 심판 권위를 지키는 일
그러나 심판 쪽 입장도 분명했다. 이대호의 퇴장은 야구규칙 9.01(심판원의 자격과 권한) (d)항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선수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했을 경우 출전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는 규정과 9.02 심판원의 재정 (a)항은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라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2일 MK스포츠와 통화에서 당시 퇴장은 규칙대로 한 것일 뿐이다. 항의는 감독만 할 수 있다”라고 가볍게 일축했다. 또 퇴장 시점에 대해서도 이미 헬멧을 던진 시점에서 바로 퇴장 조치가 내려졌다. 중계화면에도 잡히는 부분이 있다”고 반박하면서 당시 2루심이었던 심판팀장 박기택 심판이 퇴장명령을 내렸다. 퇴장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심판팀장이 내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루심 박종철 심판은 퇴장당한 선수에게 나가라고 말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반말이나 고압적인 심판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올해 심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얘기가 ‘선수들에게 반말하지 마라는 것이다. 당시 코칭스태프에게는 물론, 선수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심판은 그라운드 위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 그만큼 많은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어느 정도의 권위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오심 논란은 비디오 판독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정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더구나 심판 판정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번복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 시즌 판독대상은 ▶홈런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몸에 맞는 공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로 7가지다. 다만 이대호의 경우처럼 내야 타구의 페어/파울 판정은 판독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김풍기 위원장도 선수와 심판은 동업자 아닌가. 서로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게 맞고,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도 안 된다. 야구팬들께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