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초등학교, 내년부터 객관식 시험 전면 폐지
입력 2017-04-27 17:05 

내년부터 부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이 전면 폐지된다. 초등학교에서 사지선다형 시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7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부터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초등학교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며 "생각하는 힘과 문제 해결 능력의 힘을 키우는 교육을 위해 초등 시험에서 객관식 문제를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전격 시행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부터 10개 학교를 선정해 객관식 시험없는 시범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객관식 평가 폐지에 따라 학부모 의견 수렴, 평가기준 마련 등을 위해 오는 6월부터 공청회와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7월과 8월에는 평가전문가 연수를 하고 9월부터는 시범학교에 교과별 성취기준 중심의 다양한 서술·논술형 시험 문항을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초등학교는 그동안 1년에 4차례(상·하반기 각 2차례)의 객관식 평가시험을 시행해 왔다. 일부 학교는 시험 대신에 수행평가를 대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객관식 평가시험을 치렀다. 부산교육청은 객관식 평가 폐지 전단계로 2015년부터 초등학교 평가 방법을 개선해 왔다. 초등 학업 성적관리 시행지침을 만들어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50%이상 하도록 지도해 왔다.

김 교육감은 "새로운 평가 체제가 정착되면 문제풀이식 교육방법에 강점을 가진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학생들이 능동적인 학습자로 바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도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김용련 한국외대 사범대 교수는 "초등학교 평가는 변별력이나 성취도보다는 학생들의 생각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협동과 커뮤니케이션 등 역량을 키우는데 객관식 시험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식을 습득했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공정한 평가 방식 마련과 교사 연수다. 교사의 주관적 견해가 평가에 반영될 수 있고, 자칫 공정성 시비가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방식을 바꾸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객관화된 채점기준 마련과 교사연수 등 충분하고 세밀한 준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글쓰기를 기반으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국가들의 평가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교육을 받았더라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는 교육현실도 문제다. 국가 교육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일률적 주관식 시험 강행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왕준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창의성도 기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시작된다"며 "객관식 평가를 완전 배제하거나 암기를 꺼리는 태도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술형 평가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자칫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전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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