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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근의 오래달리기 “늘 절실하나, 더 절실하게”
입력 2017-04-23 06:01 
이보근은 지난 21일 고척 넥센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넥센의 4-1 승리에 이바지했다. 그는 전날 부진 때문에 더 절박한 심정으로 공을 던졌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1일, 시즌 8번째 등판한 이보근(31·넥센)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꼭 막고 지킨다. 공 1개, 또 1개에 집중했다. 그렇게 공 15개를 던졌다. 개인 시즌 4번째 홀드.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것은 팀의 승리였다.
이보근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전날 경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20일 문학 SK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홈런을 맞았고 그 뒤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김하성의 역전 홈런으로 승부를 재차 뒤집으며 시즌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크게 기쁘지 않았다. 넥센은 6연패 중이었다. 승리가 절실했다. 게다가 한현희의 복귀 첫 승이 걸려있기도 했다. 이보근은 미안할 따름이었다.
넥센은 7~9회를 이보근과 김세현으로 막겠다는 계산이었다. 김세현은 8회 투입됐다. 타이밍이 당초 계획보다 빨랐다. 이보근의 투구수는 29개였다.
이보근은 21일 고척 롯데전에서 8회 부름을 받았다. 선발 최원태에 이은 2번째 투수였다. 전날과 상황이 매우 비슷했다. 스코어도 선발투수의 무실점 호투 속 2-0의 리드였다. 상대와 장소, 이닝만 다를 뿐, 판박이였다.
이보근에 대한 넥센의 믿음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에 정답은 없다. 모두 다 결과론일 뿐이다. (21일 롯데전 8회는)홀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셋업맨이 나가야 할 차례다. ‘내가 너를 믿는다는 하나의 메시지와 같다. 물론, (전날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잘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전했다.
이보근은 2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3경기 연속으로 점수를 내주면, 2군에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독하게 마음 먹었다. 언제나 마운드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지만, (21일에는)더욱 절박했다”라며 더욱이 감독님께서 (전날 부진에도)날 믿고 내보내셨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했다.
투수는 맞는 직업이다. 매 경기를 퍼펙트로 막을 수 없다. 실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실점에 의해 승부가 뒤집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보근은 (SK전에서)역전을 허용해 생각이 참 많았다. ‘어떻게든 리드를 지키자는 마음가짐이었다. 머릿속에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라고 전했다.

이보근은 삼자범퇴로 임무를 마쳤다. 퍼펙트 피칭은 시즌 3번째. 아주 깔끔한 것은 아니었다.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SK전에는 빗맞은 게 안타가 되면서 꼬였다. 행운과 불운은 ‘균등하게 오가기 마련이다.
이보근은 22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넥센은 박세웅에게 꽁꽁 묶이면서 롯데에 1-3으로 졌다. 이보근이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넥센이 앞서고 있었어도 이보근의 휴식은 예정됐다. 3연투는 어렵다. 관리 차원이다.
67경기를 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보근이 3일 연속 등판한 적은 없다. 이보근 카드를 김세현 카드와 함께 아꼈다. 이보근은 23일 등판 대기한다. 이번에는 넥센의 위닝시리즈와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하는 조상우의 승리를 위해서다.
이보근은 지난해 25홀드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22일 현재 4홀드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공동 선두 원종현(NC), 진해수(LG·이상 6개)와는 2개차다. 첫 홀드(8일 잠실 두산전)가 다소 늦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이보근은 2주 동안 4홀드를 기록했다.
홀드와 세이브는 팀 승리와 직결된다. 많을수록 좋다. 셋업맨 이보근의 등판 횟수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보근은 홀드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회가 없을 때 정말 없다가도 집중적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투수에게 리드를 이어주는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보근의 평균자책점은 6.48이다. 피안타율도 0.353이다. 기록만 살피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오래달리기다. 시즌은 길다. 고비가 없을 수 없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지난해 경험도 이보근에게 큰 자산이다. 지난해 초반 8경기 성적표(1패 4홀드 평균자책점 7.11)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다. 겪어봤기 때문에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팀 내 믿음도 굳건하다. 이에 화답했다. 툭툭 털어낸 이보근의 시즌도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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