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건설한 `스마트시티`
입력 2017-04-14 16:30  | 수정 2017-04-14 19:56
마힌드라 월드시티 첸나이에 입주한 인도 최대 IT업체 인포시스 건물 전경. 총 60여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사진제공 =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도심에서 차량으로 90여분 달리자 반듯한 도로와 양 옆으로 훤칠한 가로수가 줄지어 있다. 나무 사이로 인포시스, 위프로 등 인도 대표적 IT 업체를 비롯해 BMW, 르노닛산, 후지텍(Fujitec), 바스프(BASF) 등 외국 기업들의 로고가 달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파스텔톤의 중층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서울·수도권 신도시 모습과 엇비슷하다.
우중충한 인도 도시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전혀 딴판인 이곳은 '마힌드라 월드시티(Mahindra World City) 첸나이'다. 친환경 스마트 시티로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부동산 회사인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디벨로퍼(Mahindra Lifespace Developers Ltd·MLDL)'가 개발하고 있다.
인도에서 스마트 시티 건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간 기업이 주(州) 정부와 손 잡고 기업·주거·문화·상업시설을 결합한 초대형 복합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해 인도 전역에 오는 2022년까지 신도시인 스마트시티를 100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도시의 대표적인 롤모델로 '마힌드라 월드시티'가 꼽힌다. 마힌드라그룹은 1994년 개발사업을 전담하는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디벨로퍼'를 설립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첸나이와 자이푸르에 각각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자이푸르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의 주도(州都)다.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첸나이에 들어선 마힌드라 월드시티는 여의도의 약 두 배 크기인 627만2600㎡ 에 달한다. 자이푸르 마힌드라 월드시티는 첸나이 월드시티 두 개를 합친 (1214만570㎡) 크기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관계자는 "주 정부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도시를 개발하는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s·PPP)방식을 도입해 부지를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하고 인허가 등 행정 절차도 신속하게 밟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힌드라 월드시티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과 주민 편의를 대폭 높혔다는 점이다. 한 곳에서 일하고 거주하고 학습하며 여가·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통상 인도 산업단지는 입주 기업이 전기, 가스, 통신 등을 직접 깔아야 하지만 마힌드라 월드시티 입주 기업은 사실상 짐만 싸서 들어오면 된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개발하고 운영·관리하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은 다양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첫 5년간 소득세가 100% 면제되며 최장 15년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때 주 정부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가며 붙잡았지만 현재는 총 60여 기업으로 꽉 찼다. 마힌드라 월드시티 첸나이 내 근로자 수는 무려 4만 명에 육박한다.
또 다른 매력은 쾌적한 주거 환경이다. 인도는 제1의 경제도시인 뭄바이만 해도 주거 양극화가 심각하다. 수백개의 판잣집과 휘황찬란한 타워팰리스가 극한대비를 이루는 '구룡마을'과 같은 풍경이 널려있다. 반면 마힌드라 월드시티 내 주거지는 10층 이하의 중층 아파트와 유럽풍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들어서 있다. 1·2인 가구부터 4인 이상 가구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월드 시티 내에서 옮겨 살 수 있는 구조다. 웬만한 인도 도심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신세계'다. 총 8000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현재 2000~3000여가구가 준공됐다.
방 3개짜리 주택 월세는 3만~3만5000 루피(한화 50만~60만원)선으로 대체로 인도 중산층이 타깃이다. 수영장 등 각종 스포츠시설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도 마련됐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는 마힌드라 월드시티 입주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높은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조만간 고급 프리미엄 주거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주택가 인근에는 쇼핑시설과 초·중·고교, 병원 등이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서 있다.
회사 측이 꼽는 자랑거리는 인도에서 보기 드문 친환경 도시라는 점이다. 사실 인도에서 싱그러운 녹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마힌드라 월드시티는 다르다. 치안 문제 때문에 높은 담장을 쌓는 경우가 많지만 담장을 낮추는 대신 울창한 나무를 심어 개방감이 크고, 도로 양옆에도 어김없이 나무를 배치한 덕분에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가로수길' 같다.
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바이오 천연가스시설, 태양광 발전, 물 재활용 시스템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마힌드라 월드시티 첸나이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인도 친환경 빌딩위원회에서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았다.
인도도 한국처럼 개발 사업의 기본 방식은 선분양이다. 분양해 시공을 마치면 철수하는 일차원적 '먹튀(먹고 튀는)' 접근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마힌드라 라이프 스페이스는 2002년 신도시 사업에 착수할 때부터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운영·관리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일반 신도시와 크게 차별화된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디벨로퍼들의 '전유물'로 불리는 인도판 타운 매니지먼트를 실천하며 도시를 가꾸고 육성하고 있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는 월드 시티 내에서 입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 대회 등 다채로운 문화·체육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아니타 아르준다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대표는 "입주자들이 일과 주거, 삶이 균형을 실현하는 도시로 발전시키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는 마힌드라 월드시티 첸나이가 개발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상업시설을 확충하는 등 상권을 활성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월드시티는 첸나이 공항에서 35㎞에 떨어져 있는 등 접근성이나 주거 환경은 웬만한 선진국 신도시 못지 않게 뛰어나지만 쇼핑·문화시설이 첸나이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다.
신도시 전망은 어떨까.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한국만 해도 이제는 신도시 개발을 지양하고 오히려 도심 재생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인도는 좀 다른 것 같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고 주택 수요가 가장 왕성한 20·30대 젊은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개혁 아이콘'인 모디 총리가 지난달 주민 2억 명으로 인도 29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가장 많은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2년 뒤 총리 연임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인도의 경제성장 전망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니타 아르준다스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대표는 "인도 주요 도시는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거와 상업시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힌드라 라이프 스페이스는 도시 개발 사업 외에도 서민 주택인 '행복 보금자리(HappiNest)'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니타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 대표는 "서민 주택도 효율적으로 공급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첸나이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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