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대 모았던 로봇펀드…人間 못넘어섰다
입력 2017-04-14 16:25  | 수정 2017-04-14 17:23
인공지능 알파고 열풍에 힘입어 잇따라 등장했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영하는 펀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성과를 기록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국내에 공모펀드로 출시된 5개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와 8개 인간 펀드를 수익률, 변동성, 수수료 등 3가지 지표로 분석한 결과 로봇 펀드의 완패로 나타났다.
먼저 수익률을 보면 1년 전인 지난해 4월 18일 출시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채권혼합형 펀드는 설정 이후 지난 12일 기준 수익률이 고작 0.01%에 불과했다. 같은 유형의 인간 펀드 2개(멀티에셋글로벌두루두루, 한국투자에셋클래스)는 평균 5% 내외 수익률을 보였다.
다른 유형도 마찬가지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주식혼합형 펀드는 작년 6월 20일 출시 이후 약 10개월 동안 4.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유형의 인간 펀드 3개(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삼성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 한국투자SS글로벌자산배분)의 평균 수익률은 5.58%로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주식형의 경우에도 로봇 펀드의 수익률은 작년 8월 12일 출시 이후 2.69%인 반면 인간 펀드(KB글로벌주식솔루션)는 8.19%를 기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출시 1년을 맞았지만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인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간펀드'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로봇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인간 펀드를 앞지르면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대한 희망을 꺾기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봇 펀드 성과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작년 말까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 금리가 단기간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값 하락을 불러왔다.
하지만 로봇 펀드는 채권 투자에서 금리 인상 영향을 많이 받은 해외 채권과 중장기 채권 비중을 제때 줄이지 못하면서 트럼프 당선 충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변동성도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보다 컸다. 변동성이 낮으면 수익률이 안정적이며, 변동성이 높을수록 성과가 들쭉날쭉해짐을 의미한다. 로봇 펀드의 경우 변동성이 5~7%로 인간 펀드 3~6%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시장 기대와 달리 로봇 펀드가 인간 펀드보다 투자비용이 더 비싼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로봇 펀드들은 0.7~0.8%의 운용보수를 받아 0.5% 내외인 인간 자산배분 펀드보다 0.2~0.3%포인트 높았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가인 김영진 와이즈앤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딥러닝' 수준의 투자는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학습기간이 쌓이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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