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이비집단서 세살배기 나무주걱에 맞아숨져…모친은 `실종`으로 신고
입력 2017-04-14 15:35  | 수정 2017-04-28 16:38

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세살배기가 나무주걱에 맞아 숨졌다. 어머니는 학대를 방관한 것도 모자라 함께 시신을 유기한 뒤 경찰에 '실종'으로 거짓 신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14년 7월 신도 최모(41)씨의 아들(당시 만 3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경기 용인에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훈육 담당자 A(53·여)씨를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A씨와 함께 아들 시신을 유기하고 다시 이를 파내 화장한 혐의(사체유기·사체손괴)로 어머니 최씨도 구속하고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다가 A씨가 있는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 그는 이 문제로 갈등을 빚던 남편과 2014년 2월 이혼 절차를 밟고는 아들과 딸(10)을 데리고 이 종교집단이 운영하는 공동체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에 있던 이 집단은 진돗개를 숭배했다. 한 집에 진돗개 10여마리가 영물로 모셔져 있고 다른 세 집에서 10여명의 신도가 공동생활을 했다.

다수의 사건 관련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씨 아들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다섯 달 동안 학대받던 최씨 아들은 7월 7일 오전 11시께 최씨가 보는 앞에서 A씨가 휘두른 나무주걱에 입술이 터질 정도로 맞았다. 오줌을 못 가리는 게 악귀 때문이라며 이를 쫓으려면 때려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맞은 아이는 축 늘어지더니 숨을 쉬지 않았다. 병원에 데려가면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A씨와 최씨는 교주 아내 B(49·구속)씨와 함께 아이 시신을 나무 상자에 담아 이 종교집단의 다른 근거지가 있던 전북 전주 근교 야산으로 가서 묻었다.
사흘 뒤 이들은 교주 C(55·구속)씨와 함께 시신을 꺼내 그 자리에서 태우고서 임실 한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이후 최씨는 범행 한 달 뒤 경찰에 거짓으로 아들 실종 신고를 했다. 경기 부천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 백화점 인근 네일아트 가게에서 일했다.
전국 보육시설을 뒤져도 아이 행방이 좀처럼 확인되지 않자 경찰은 최씨가 아이를 키우다가 힘들어 버렸거나 사고사일 가능성 등을 두고도 수사했지만 실마리는 나오지 않았다.
미제가 될 뻔한 사건은 올해 미취학 학생 소재 파악 과정에 전말이 드러났다. 경찰이 다시금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범행 후 무려 2년 10개월만에 실마리를 찾았다. 최씨 아들은 살았다면 올해 만 6세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경찰은 신도였던 D(71·여)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범행 정황을 파악했다. 이어 이달 초 최씨와 A씨, 교주인 C씨와 부인 B씨를 모두 검거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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