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화예금 70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
입력 2017-04-14 15:00 

지난달 외화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70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무역대금의 원화 환전을 미룬데다 환차익을 노린 국내 개인 자산가들이 달러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705억 4000만달러로 한 달새 26억 달러 늘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로, 통계 집계 이래 외화예금 잔액이 7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체 외화예금의 85.2%를 차지하는 달러예금이 사상 최초로 600억 달러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달러화 예금 잔액은 601억 4000만달러로 한달 새 21억 6000만 달러 늘었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102억6000만 달러)도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기업이 보유한 달러화 예금(498억8000만 달러) 역시 역대 최대액을 경신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약세를 보이던 원화가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약달러' 시사에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한은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2월 평균 1144.92원에서 3월 1134.77원으로 한달새 0.9% 올랐다. 지난 1월(1182.2원)부터 보면 두달 만에 4% 넘게 절상된 것이다.

원화 강세 기조가 뚜렷해지자 환차익을 노린 개인 자산가들이 공격적으로 달러 투자에 나서면서 개인 달러화 예금은 한달 새 8억달러 증가했다. 올 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등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개인들의 달러 투자를 부추겼다.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달러자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 달러화 예금은 한달 새 13억 6000만 달러 늘었는데, 이는 수출기업들이 무역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예치했다가 나중에 달러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원화로 환전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고석관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차장은 "지난달 기업들이 수출입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달러화예금이 늘어났다"면서 "4월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영향으로 원화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를 매도해 달러화예금 잔액이 다시 큰 폭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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