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환율에 울었던 대한항공 주가, 3개월 만에 웃는다
입력 2017-04-14 14:56 

대한항공이 3개월 만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원화값 상승에 힘입어 달러표시 부채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4분기 발생했던 대규모 외화평가손실이 상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환손실 불안감이 걷히면서 대한항공 주가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3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의 순손실 규모가 6419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만에 순이익이 대폭 개선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순이익이 단기간에 들쭉날쭉하는 데에는 환율 변동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당 100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항공기들을 일일이 현금구매하기 어려운 항공사들이 대부분 에어버스·보잉 등 외국 제조사들과 금융리스 계약을 맺어 막대한 외화부채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60대의 여객기와 화물기를 보유 중인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화차입금은 총 15조3900억원이며 이중 9조원 이상이 달러 부채(차입금)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부채는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독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 원화값이 8.8% 하락(달러당 1110원→1208원)하며 총 8836억원에 달하는 외화환산차손이 발생한 것.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이익 '1조클럽'에 복귀했음에도 5914억원의 순손실을 남겼다.

그러나 연초 이후 원화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대규모 환차손 우려는 대부분 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해 4분기와 1분기 원화값 상승·하락폭이 비슷해 환손실 부분이 대부분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1분기 외화환산손익은 8000억원 이상,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6237억원이 예상된다"며 "이는 달러당 원화값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208.5원에서 1분기 말 기준 1116.1원으로 7.6% 가량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손실 우려가 걷히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심리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올 들어 약 12% 상승했다.
증권사들도 보수적으로 잡았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올리는 추세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중립'이었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했고 KB증권·메리츠종금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가 이달 들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올렸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사들의 비용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었던 지난해 원화약세 흐름이 올해 급격히 강세로 전환해 항공업종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중국선 수요 급감이 나타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지난달 일본·동남아선 등 기타 국제선 여객이 급증하며 이를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들의 단기적 외화환손실 여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이는 장부에만 계상되는 평가손익 개념으로 환율에 따른 변동이 잦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다만 환율 자체는 항공 수요에 영향을 주는 실적 변수이기 때문에 항공업 투자시 눈여겨봐야 할 지표"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금융리스(Capital Lease, Finance Lease) = 자산의 소유권이 임대인에게서 임차인으로 귀속되며 있으며 임차인은 사용료와 원금을 동시에 상환하는 일종의 할부로 물건을 구매하는 형태
[이용건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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