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포 등 14개 공항운영 한국공항공사, 신공항 사업으로 제2의 비상
입력 2017-04-14 14:22 
한국공항공사 변천사 [출처 = 한국공항공사 자료 재정리]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사장 성일환)는 2001년 최대 위기를 맞는다.
영종도에 건설한 인천공항에 김포공항 국제선 기능을 이관하면서 하늘길 관문 역할을 하던 공사의 위상이 국내선 연결 공항으로 축소된 탓이다.
직전까지는 하늘길을 독점하며 복수 민간 항공사 출범(1988년)·해외 여행 자유화(1989년)에 따른 파급 효과를 고스란히 누렸다. 매년 국제 여객 13%, 국내 여객 30%가 늘어나면서 김포공항은 이미 1996년부터 수용능력(연간 3444만명)을 초과해 증가 여객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으로 상황은 급 반전됐다. 연간 1800만명에 달했던 김포공항의 연간 국제선 여객이 '0'명이 되고 항공수익도 3240억 원에서 730억 원으로 급감했다.

맏형격인 김포공항의 최대 수익원이 사라지면서 2002년 공사의 경영성과는 매출 1845억원, 당기순손실 3833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2002년은 한국공항관리공단에서 한국공항공사로 전환된 '홀로서기'의 원년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활성화를 위해 김포공항 단거리 국제선 취항은 금기시 되고, 2004년엔 경부선 KTX 마저 개통하면서 김포~대구, 김포~김해 노선을 대폭 축소하는 악재가 반복됐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비항공수익'서 재기 발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서 한국공항공사는 '비항공수익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2002년 시작한 '김포공항 종합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진행했다.
국제선 인천공항 이관으로 텅빈 청사에 영화관, 쇼핑몰, 의료시설 등을 1단계 사업으로 유치하고, 2단계 사업으로 김포공항 외곽 부지를 개발해 백화점, 쇼핑몰, 마트, 영화관, 호텔이 집적된 김포공항 롯데몰(2011년 개장)을 세웠다. 지난해 착공한 27홀짜리 대중골프장 건설 사업이 내년 마무리 되면 마지막 3단계 사업도 결실을 맺는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종합개발 사업을 통해 매년 400억 원이 넘는 비항공 수익을 만들어 냈다. 1단계 사업에서 매년 200억 원 가량, 김포공항 롯데몰에서 2031년까지 매년 247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내년 김포공항 대중골프장이 개장하면 향후 20년 동안 매년 36억 원의 수입이 새롭게 창출된다.
그 사이 새로운 호재도 등장했다. 김포공항 종합개발사업 추진과 함께 국고로 귀속되던 국내항공 이용료가 공사 수익으로 전환되면서 2004년 흑자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고, 김포·제주·김해공항 등의 국제선 취항이 서서히 늘면서 항공수익에도 날개가 달렸다.
2003년부터 추진해온 베세토(중국 베이징·한국 서울·일본 도쿄) 라인업이 2011년 완성되고, 2012년 김포~대만노선이 열렸다. 여기에 제주·김해공항 국내·국제선 여객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13년 연속 흑자경영의 발판이 됐다. 지난해엔 11개 적자공항 중 대구·청주공항이 첫 흑자전환해 지방공항 활성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8303억 원 매출에 190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001년 위기를 완전히 회복했다.
1980년 국제공항관리공단으로 출범한지 36년 만에 매출 170배(49억원→8309억원), 여객 12배(633만명→7851만명)가 성장한 셈이다.
◆ 미래 승부수는 '항공'…신공항 건설로 2025년 1억2000명 시대 연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창사 37주년, 공사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위기에서 벗어나 성장단계로 진입했지만 성장 그래프는 이전처럼 가파르지 못하다. 수요가 큰 김포공항 배후 부지개발이 한계점에 다다른 데다 국제선 확대 조차 '거북이 걸음'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공사 전환 초기 버팀목이 돼 주던 김포공항 1단계 사업 참여 업체들은 2013년부터 계약 기간 만료로 빠지기 시작해 올해 9월 우리들의료재단을 끝으로 모두 철수한다. 이들이 사용하던 공간이 텅빈 채로 계속 남는다면 값 비싼 기회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결정지을 요인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취항 노선을 늘려 항공·비항공 수익(면세매출 등)을 동시에 잡고, 해외로 나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김해신공항, 제주2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4개 신공항 사업과 해외공항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4개 신공항 운영을 전제로 "2025년 여객 1억2000명, 매출 2조원 시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제5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2016~2020)을 보면 2015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선 항공수요는 연평균 2.5%, 국제선은 4.2%, 화물은 국내선 3.6%, 국제선 3.9% 성장할 것으로 관측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4개 신공항 사업중 일부 공항에 대해 민간 사업자들이 여전히 눈독을 들이고 있고, 제3공항공사 설립을 요구하는 지자체가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안팎의 동향을 종합해 보면 울릉공항(2022년 개항 예정)과 흑산공항(2021년 전후 개항 예정)은 국가와 공사가 사업비를 분담키로 하면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주체로 결정됐다. 김해신공항도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재정사업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제주2공항 건설사업은 민자 적격성 판단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공항 민영화 수순'이란 비판적 시각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에어사이드는 국가개정으로, 랜드사이드는 공사 재원으로 건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공항은 2025년께 현재 14개에서 18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외 해외에서 최소 2개 공항 운영을 목표로 세워 2025년께 공사의 국내·외 운영 공항수는 2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김포공항은 단거리 국제선, 김해공항은 중장거리, 제주공항은 대형기 위주로 특화해 항공수요를 견인하고, 신공항 건설·운영에 적극 참여해 새로운 고객가치로 미래를 선도하는 공항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김포공항, 중국 리스크 분산 역할론 부상…"다변화 지렛대로 활용해야"
일각에서는 국민 편의를 높이는 차원에서 서울 도심에 위치한 김포공항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항공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김포공항은 반경 2000km 이내 공항에 취항할 수 있지만 인천공항 허브화정책에 따라 중·일·대만 등 3개국 일부 노선 취항에 그치고 있다.
도쿄 나리타공항 활성화를 위해 하네다공항에 2000km 운항제한을 뒀던 일본은 2010년 완전 해제해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다. 지방 해외 여행객들이 국내선 중심인 하네다공항을 거쳐 국제선을 타기 위해 나리타로 이동하는데 2시간이 걸리자 인천공항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 미국 항공정보 제공회사 OAG(Official Airline Guide)가 발표한 'OAG 메가 허브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허브공항의 연결성 순위에서 하네다공항은 12위인 인천공항보다 10단계 높은 2위로 올라서 국내선 전담 공항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전문가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인천공항의 수요를 보완할 대체제를 바로 옆에 두고도 활용하지 못하거나, 일본 하네다공항 처럼 항공산업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2020년 김포공항 국제선 수요를 472만명±20만명으로 예측하고 2020년까지 국제선 3~4개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세웠으나 아직까지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카오슝 노선의 경우 지난해 운수권까지 확보해 놓고도 소음민원을 우려해 취항을 늦추고 있다. 한 공항 전문가는 "사드 보복 등 중국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김포공항은 중국 리스크 분산을 위한 좋은 지렛대"라면서 "항공정책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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