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K포커스] 달라진 롯데, 달라진 이대호의 ‘빅보이 매직’
입력 2017-04-14 06:31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의 선전에 이대호 효과가 집중조명 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빅보이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가 초반 레이스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개막 전 5강권으로도 분류되지 않았던 롯데의 선전 비결로 ‘대호효과가 집중조명 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겨울 최고의 타자 이대호(35)를 영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대호가 불러올 전력 상승 폭에는 비교적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대호가 가세했지만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라는 큰 전력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했다. 게다가 이대호 한 명이 왔다고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까에 의문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온 롯데는 분명 달라졌다. 롯데는 지난 11일 문학 SK전 승리로 공동 선두(13일 공동 3위로 하락)에 올랐다. 롯데가 1위에 랭크된 건 2013년 4월 12일 이후 1460일 만이었다. 팀 타격도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팀 타율 0.294(2위) 득점권 타율 0.330(2위) 클린업트리오 타율 0.326(2위) 홈런 21개(1위) 장타율 0.510(1위) 출루율 0.369(1위)를 기록 중이다.
이를 전적으로 이대호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이대호가 주축이 되어 만들고 있는 시너지효과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팀 내 중심타자(팀 내 타율·홈런·장타율·출루율 1위, 타점 2위)이자 주장으로도 ‘열일하고 있는 이대호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대호는 수치 이상의 힘을 선수단에 퍼트리고 있다.
◆급이 다르다”는 실력이 주는 파급효과
이대호는 ‘조선의 4번타자라는 압도적인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타격 7관왕(2010년)으로 KBO리그를 정복했고 일본도 제패했다. 메이저리그로 건너가서도 이대호는 통했다. 곳곳에서 이대호는 급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대호라는 대형타자가 타선에 위치함으로써 롯데는 든든하고 상대는 불안하다. 원래도 최준석, 강민호, 황재균 등 강타자들이 많았는데 무게감에서 더욱 업그레이드 된 이대호까지 힘을 보탠다. 상대팀 투수들은 이대호에게 맞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그런 부담감은 실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굳이 상대팀까지 갈 필요도 없다. 팀 내서 일으키는 시너지효과부터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가세로 기존 클린업트리오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서 긍정효과를 주목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누구도 이대호를 4번에 배치한다고 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NC와의 개막전에는 최준석, 강민호 등 이대호 근처의 타자들에게 기회가 많이 갔는데 넥센-LG전을 넘어오면서 번즈, 이우민, 전준우 등까지 타선 전체적으로 폭발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도 이대호 효과는 분명 있다”면서 일본, 미국 투수를 상대로 잘 쳤다는 여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성직이 나는 건 아니다. 리더로서도 잘하고 있고, 언젠가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어 다른 선수들도 편하게 만든다”고 바라봤다.
타격뿐 아니라 수비 강화는 알짜배기 효과다. 이종열 위원은 이대호가 타선에 배치되면서 3루에 수비가 좋은 문규현을 쓸 수 있게 됐다”면서 야구에서 수비가 안 되면 다 망한다. 수비가 되니 팀이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다. 후반 들어 한방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안정감 있는 수비 덕분이다. 이대호의 1루 수비도 좋은 편이라 어려운 송구를 잘 잡아주면서 수비적인 면에서도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배들은 연습부터 실전까지 이대호의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같은 팀 타자가 봐도 타자 이대호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다. 오승택(26)은 감 좋은 선수가 있으면 벤치에서 ‘저 선수에게 오면 무조건 칠 것 같다고 하는데, 대호형이 나가면 그 이상이다. 열이면 열, 무조건 다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벤치 신뢰도가 좋다”고 말했다. 신뢰는 이대호라는 이름값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옆에서 보면 상상 이상이라고. 오승택은 타격 메커니즘이 진짜 좋다. 맞는 궤도가 예술이다”면서 원래 잘 친다는 건 당연히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까 진짜 다르다. 경기 중에도 그렇지만 연습할 때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조언자로서는 꽝(?)이다. 오승택은 대호형한테 한 번 물어봤는데 너무나 단답으로 ‘뭐 있나, 공 보고 공 치라 했다. 또, 신경 써서 하는 겁니까? 물었더니 ‘자연스레 되는 거다. 하체만 신경 써라는 답변을 하니 할 말이 없었다”고 웃었다.
투수에게도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개인 승수 쌓기도 중요한 선발투수들도 이대호의 위력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박진형(23)은 대호선배님이 ‘내가 해주겠다, ‘점수 많이 내줄테니 자신 있게 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마운드에서 확실히 편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내에서 이대호를 향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사진=MK스포츠 DB
◆달라진 이대호, 구심점이 되다
실력은 단연 최고. 물음표가 더 많았던 건 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주장 역할 쪽이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주장을 맡았다. 조원우 감독이 직접 이대호를 주장으로 뽑으면서 복귀 첫 해부터 중책을 떠안은 것. 과거 말수가 적고 카리스마 있던 ‘무서운 선배로 통했기에 이 역할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했다.
선수단 내 이대호의 위상은 신과도 같다. 일본, 미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온 ‘급이 다른 선수라는 인식이 콕 박혀 선수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따른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기고 있다가 역전을 당하는 경우, 작년에는 후반에 뒤집히면 다운이 됐었다. 그런데 이대호가 괜찮다고 계속 떠드니까 다른 선수들도 다 믿고 따라간다”는 증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롯데는 지난해 NC 다이노스에게 1승 15패로 완벽하게 눌렸다.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NC의 1군 첫 해였던 2013년(8승2무6패)을 제외하고 2014년(7승9패), 2015년(5승11패)로 매년 어려움을 겪었다. ‘NC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롯데가 NC전에 임하는 부담감도 같이 커졌다.
올해 NC와의 개막 3연전도 첫 경기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 경기 후 이동 중이던 버스 안은 패배감으로 휩싸였다. 이 분위기를 깨고 이대호가 나섰다. 이대호는 NC전 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144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선수들은 빠르게 패배감을 털어내고 나머지 2경기를 잡았다. 롯데 한 관계자는 더그아웃에서 계속 파이팅을 불어넣고 중심을 잘 잡아주니, 이대호를 믿고 다 따라가는 추세다. 작년 강민호도 잘했지만, 더 큰 이대호라는 구심점이 잡혀 움직이니 확실히 다르다”고 귀띔했다.
팀 동료가 홈런을 치고 돌아올 때도 더그아웃 맨 앞에 나가있는 사람도 이대호다. 8일 사직 LG전서 홈런을 치고 이대호의 환영을 받았던 오승택은 다른 선수가 홈런을 치면 덩치도 큰 선수가 제일 좋아서 앞에 뛰어나간다”면서 대호형 하나로 팀이 많이 뭉쳐졌다. 분위기도 좋고, 완벽하게 선수 편에 서서 기를 살려주는 것도 정말 좋다. 안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훈련도, 이동도 겹치지 않는 투수조도 주장으로서 살뜰하게 챙긴다. 박진형은 투수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신다. 모든 선수들에게 잘하라고, 긴장하지 않도록 풀어주고 더 재밌게 해주신다”고 했다.
외부의 시선도 비슷하다. 이효봉 위원은 달라진 이대호의 모습에서 ‘이대호 효과를 가장 크게 본다. 이 위원은 예전의 이대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더그아웃에서 표정이 항상 밝고, 같이 하이파이브 한다. 자연히 팀이 좋을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더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또 이대호가 왔는데 롯데가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지 않았겠나.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를 잘한 것 같다”며 성적까지 뒷받침 되니 가장 긍정적인 모양새다. 생각한대로 잘 연결 짓고 있고, 이기면서 더 좋아진다”고 봤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 이대호의 복귀로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사진=MK스포츠 DB
◆팬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슈퍼스타
국내 야구팬들도 돌아온 4번타자를 보기 위해 집결한다. 팬들은 이대혼데~이대혼데~”를 오랜만에 소리 높여 외칠 수 있어 신이 난다. 이대호의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상대의 신경을 긁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대호에 대한 기대감은 코칭스태프, 선수, 팬을 막론하고 엄청나다.
롯데는 지난 시즌까지 흥행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 마지막 시즌이던 2011년 롯데의 사직구장 관중은 135만8322명을 기록했다. 평균 2만273명으로 흥행 순항의 시기였다. 이듬해인 2012년에도 총 136만8995명(평균 2만742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그러나 2013년부터 관중 수는 급감했다. 2013년 총 77만731명(평균 1만2043명), 2014년 83만820명(평균 1만2982명), 2015년 80만962명(평균 1만1124명), 2016년 85만2639명(평균 1만1842명)으로 관중석 빈자리가 유독 더 크게 느껴졌다. 성적도 좋지 않았을 뿐더러(2013~16년 5위→7위→8위→8위) 롯데의 트레이드마크인 화끈한 공격야구를 좋아했던 팬들이 이탈한 게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침체를 새 시즌부터 단번에 해결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이대호를 보기 위해 다시 사직으로 발걸음하고 있다. 이대호는 시즌 사직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커다란 선물을 안겼다.
아직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홈인 사직구장 첫 5경기 관중은 일단 청신호를 켰다. 5경기 동안 총 8만 2638명(평균 1만6527명)의 관중이 들었다. 지난해 개막 5경기서는 총 6만697명(평균 1만2139명)을 기록했다. 평일과 주말의 평균 관중 수에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첫 토요일과 일요일 관중을 비교했을 때도 2016년 2경기 합계 3만4024명에서 2017년 4만2629명으로 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의 올 시즌 관중 목표 수치는 지난해 대비 17.3% 증가(10개 구단 중 1위)를 달성해 5년 만에 100만 관중을 유치하는 것이다.
팬심을 결집시킬 수 있는 마케팅 방안들도 내놓고 있다. 홈 개막전이던 4일과 첫 주말 경기 8일에 ‘이대호 응원존을 특별 운영했다. 주전 1루수로 나서는 이대호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익사이팅존. 이대호 응원존에 입장한 팬들에게는 이대호 티셔츠와 응원 타월을 배포하고, 이대호와 함께 기념촬영 기회도 제공했다.
흥행을 전부 이대호의 몫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선수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한 지표 유니폼 판매량도 아직은 추산이 어렵다. 롯데 관계자는 14일 이후 정식 발매하고 나면 수량 추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은 내면에서부터 흘러넘치는 ‘대호부심을 제어하기 힘든 모양새다. 이대호가 입고 활약을 펼쳐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준 동백 유니폼은 공개 당시 쏟아졌던 팬들의 혹평을 딛고 300장 이상 팔려나갔다.
[chqkqk@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