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사주 의결권` 놓고 재계-정치권 논란 커져
입력 2017-04-12 17:02 

"대기업의 지배력 강화 수단인가 vs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방편인가"
최근 대기업이 인적분할시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일명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이 회사 분할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거나,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이 올라와있다.
야권에서는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빌미로 자사주를 활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려면 이같은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분할 시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하게 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인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 13.49%를 자동 확보하게 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상장사 20%, 비상장사 40%) 보유해야하는데 이 때 자사주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총수 일가는 자사주에다가 기존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과 맞교환함으로써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최대주주가 10% 지분을 보유한 A사를 B사(지주사)와 C사(사업회사)로 나누고, 이때 A사는 자사주 10%를 들고있다고 가정해보자. 편의상 B사와 C사의 지분가치도 동일하다고 해보자. 분할 시 B사에 자사주 10%와 C사의 지분 10%를 몰아줄 수 있다. 이 경우 최대주주는 B사와 C사의 지분을 각각 10%씩, B사는 자사주 10%와 C사 지분 10%를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는 C사의 지분 10%를 B사가 들고있는 자사주 10%와 맞교환한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는 B사의 지분 20%를, B사는 C사의 지분 20%를 가져가게 된다. 자사주를 활용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기존 10%에서 20%로 강화되는 '마법'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사주의 마법은 그동안 대기업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당근책'으로 활용됐다. 지주회사법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재벌의 순환출자를 막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최초 도입했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출자 구조로 단순화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만들겠다는 방책이었다. 실제로 2003년 3월 국내 재벌 중 LG가 최초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경제계에 관심이 커졌고, 정부도 지주회사 설립에 관한 규정을 점차 완화했다. 2016년 9월 말 기준 현재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한 일반지주회사는 152개사에 달한다.
인적 분할 후 지주사가 자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방해요소였다. 자사주의 마법은 이같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자사주가 특정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쓰이면서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현재 국회에 올라와있는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자사주를 확대해왔던 기업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조치다.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당장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지도 못하는 출구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적대적 M&A에 대한 주요 방어수단으로 자사주를 취득해왔다"며 "자사주 활용을 막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자산으로 보는 우리나라 상법의 기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부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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