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경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하에 자유한국당 등 자신이 적폐세력으로 규정했던 본선 상대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모습이다. 자신을 향한 한국당의 공세를 '허위사실·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법적대응까지 불사하며 강력대응에 나서면서, 문 전 대표가 경선링에서 빠져나와 본선무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세월호 참사와 억지로 엮는 발언을 했다"며 "아무리 선거 때지만 대선후보와 대변인, 기초단체장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가짜뉴스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세계종금 파산관재인이었던 문 전 대표가 제 역할을 못해 유병언 회장이 140억 원의 채무를 탕감받았다. 문 전 대표가 역할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게 언론보도"라고 주장한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신세계종금은 당시 세모그룹에 45억원을 대출해줬다가 받지 못해 파산한 금융회사다.
문재인캠프는 호남경선 압승 이후 한국당과 전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국당 유력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성원 대변인이 "문 전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세모그룹 측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하자, 즉각 "가짜뉴스다. 문 전 대표는 세모그룹 파산관재인이 아니라, 세모그룹에 빚을 떼인 신세계종금의 파산관재인이었다"고 반박하면서 역공을 펼쳤다. 이어 김 대변인에 대해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홍 지사와 김 대변인의 주장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어서 한국당이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 전 대표 측은 한국당 소속 신연희 서울시 강남구청장에게도 화력을 집중하면서 '한국당=가짜뉴스 유포세력'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나섰다. 문재인캠프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신 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신 구청장이 문 전 대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과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심 부의장은 문 전 대표의 아들 문준용씨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입사할 당시 채용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문재인캠프에선 "만일 문제가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샅샅이 뒤졌을 것"이라고 반박한데 이어 대응 수위를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심 부의장에 대한 법적대응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문 전 대표도 이날 열린 SBS초청 경선토론회에서 본선을 겨냥한 통합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제가 만들려는 정부는 영남·호남·충청·수도권 등 모든 지역에서 지지받는 지역 통합정권이자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정부"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지막 경선토론회인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대연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문 전 대표는 "대연정을 갖고 안 후보랑 논쟁하고 싶지 않은데 본인이 논쟁을 유발하니까 답답하다"며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하는 제도고 대통령제에서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DJP 연합도 연정이 아니라서 DJP연합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60% 넘긴 거대 단일 세력을 만들겠다는 건데 사실상 1당 독재 아닌가"라며 "새누리당 후신들과 손잡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득권자를 제재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에게 "집권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있는데 차기정부는 집권여당과 어떤 관계로 갈 것인가"라고 물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당정 분리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당정일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당정일체라고 했는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실제 총재가 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정당 총재처럼 지휘한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문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공천이나 당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정책이나 인사를 위해서만 긴밀히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문 후보는 당내에서 오랫동안 대세를 유지하면서 가장 큰 세력을 유지해왔고 현재 많은 사람이 문 후보 캠프에 있다"며 "(이들이) 당을 장악할 텐데 집권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오수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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