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탄핵시국에도 국회는 외유성 출장 `러시`
입력 2017-03-30 16:40 

#1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지난해 12월 13일. 여야 의원 4명이 MICE(전시·박람회) 산업현황과 재정위기 타계책 조사를 위해 5200만원을 들여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떠났다. 그러나 짜여진 일정은 목적에 비해 미흡했다. 현지 의회 방문과 대사관 만찬이 전체 일정의 절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시찰 업체의 절반은 전시·박람회 산업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업체였다.
#2 같은달 14일에는 여야 의원 5명이 중유럽 주요국 의회와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6400만원을 들여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체코와 독일,오스트리아로 건너갔다. 그러나 거창한 목적에 비해 결과보고서는 부실했다. 전체 270페이지의 85%가 현지에서 받은 참고자료를 이어붙인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의회외교'라는 명목으로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잦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말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는 올해 1월 중순까지 해외출장이 한달에 8건 꼴이었고, 특히 지난해 12월 9일부터 약 1달 동안 총 64명의 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탄핵 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던 때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최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의회외교 내역을 받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에서는 올해 1월 중순까지 총 67건의 해외출장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72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56명, 국민의당은 20명, 바른정당은 16명, 정의당은 4명 등이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최대 4차례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중복을 포함해 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263명이었다.시기별로는 정기국회 개원 직전 '정치 휴지기'인 지난해 8월이 1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후폭풍이 심했던 지난해 12월도 16건이나 됐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둘러싼 논란으로 극심한 혼란기였던 지난해 12월에도 국회는 개의치 않고 방문외교를 추진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의회외교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실효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의 성과가 사실상 크지 않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결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와 방문국 간 상호 우호협력 증진 방안 모색', '전 세계적 테러확산에 다른 교민안전 대책 방안 점검·공관 주요 현안보고', '방문국 교민간담회·애로사항 청취' 등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는 게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분석이다. 방문 일정 또한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안전대책 현장 점검', '대사 주재 오찬·만찬' 등 느슨하게 잡혀 있는 게 대다수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결과 보고서에 기재된 '성과' 역시 대부분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며 "보고서 상당 부분을 방문국 소개로 채우는 등 구태도 여전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결과 보고서조차 제때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많은 것도 문제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출장 후 20일 안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전체 출장 67건 중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지난달 기준으로 확인된 것은 26건(38.8%)에 불과했다. 공개된 국회 출장 비용은 약 22억원에 달했다. 국회의장단·정보위원회 출장 등 비공개 출장과 정산 중인 출장 12건을 제외한 결과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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