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배당금 과소 지급 논란에 줄줄이 돈 내주는 보험사들
입력 2017-03-30 15:58  | 수정 2017-03-30 18:57

과거 판매한 개인 연금보험 배당금을 덜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생명보험사 9곳이 결국 미지급 배당금 전액을 가입자에게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 제재위협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데 이어 배당금 과소지급 조사에 들어가자마자 서둘러 당초 약속했던 배당금을 모두 지급하는 결정을 내린 보험사 행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생보사 9곳은 최근 과소 적립 의혹이 불거진 세제 적격 유배당 연금보험 배당금을 소급해 가입자들에게 전액 지급하겠다고 금융감독원에 밝혔다. 이달 중순 금감원이 해당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꼬리를 내린 셈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지급하기로 한 배당금 규모를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유배당 연금보험은 자산운용수익률이 목표치를 넘기면 보험가입자에게 배당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 특징인 상품이다. 연금이 지급될때 배당금도 함께 줘야 하는 만큼 보험사들은 매년말 배당금을 적립한다. 이렇게 쌓은 배당준비금에도 이자가 붙는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상품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판매한 연금보험으로, 당시 보험사들은 당초 정한 예정이율을 넘어서는 수익을 내면 추가배당(이자율차 배당율)을 해주기로 했다. 투자 수익이 좋아 보험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면 그만큼을 고객에게 추가로 제공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생보사 9곳은 자산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낮아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되자 이를 예정이율에 적용했다. 그만큼 가입자에게 줘야하는 이자수익을 줄인 셈이다. 한화생명 등 다른 생보사가 실제 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예정이율을 그대로 반영해 이자를 적립한 것과 비교된다.
이와관련해 금감원이 실태조사에 들어간지 한달도 안돼 보험사 9곳이 미지급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배당준비금을 쌓을때 반드시 예정이율 이상을 적용하도록 하는 감독규정은 문제가 된 상품이 팔린지 한참 뒤인 지난 2003년에야 생겼다. 당초 금감원이 조사에 나섰을때 보험사들이 '문제 없다'고 항변한 것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자살보험금 사태는 약관위반 사항이지만, 연금보험건은 각 보험사들이 내부에 갖춘 상품지침 규정을 제대로 따랐는지의 문제"라며 "상품 판매시 배당을 회사별로 자율화하는 흐름도 있었던 만큼 당시 보험사들의 판단이 맞냐 틀리냐에 대한 결론도 아직 안 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이 배당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배당금 축소지급 논란이 '제2의 자살보험금'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추가 적립해야할 배당금은 삼성생명 700억원, 교보생명은 330억원에 달한다. 가입자 1명당 각각 37만, 22만원씩 돌아가는 액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자살보험금 사태 때문에 여론이 안 좋은데 굳이 문제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번 보험사들의 전액 지급 결정과는 별개로 금감원은 당시 생보사들의 결정이 규정에 맞는지에 대한 조사는 계속할 예정이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자살도 재해로 보고 일반 사망보다 2~3배 더 높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거 약관을 지키지 않고 가입자와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등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결국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경고와 최고 영업 일부정지라는 제재까지 받은 바 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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