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원 "낙태·단종 피해 한센인 3000만~4000만원 배상 형평 맞춰야"
입력 2017-03-30 15:57 

강제 낙태·단종(정관절제) 수술을 받았던 한센인들에게 일률적으로 2000만원의 배상액을 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한센인에 대한 국가 배상액을 3000만~4000만원으로 확정한 대로 배상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강 모씨 등 한센인 203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인당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한센인 피해사건의 특성상 피해자들 사이의 형평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앞서 확정된 같은 사건과) 위자료 액수가 달리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임신중절 수술과 정관절제 수술 피해자를 구별하지 않고 위자료를 일률적으로 2000만원으로 정한 원심은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낙태 수술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원, 단종 수술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의 배상액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임신중절 수술은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성이 크고 태아의 생명권까지 침해한 행위"라며 "강제로 모성을 상실당한 여성의 정신적 고통은 일반 사건보다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센인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확정한 첫 사례였다.

앞서 이 사건 1심은 확정 판결과 같은 배상액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낙태 수술은 여성, 단종 수술은 남성에게 행해질 수밖에 없고 이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의 차이를 비교할 수 없다"며 배상액을 일률적으로 2000만원으로 삭감했다.
한센인 강제 낙태·단종 수술은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편견 탓에 1935년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한센인 540여 명은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5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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