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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악역` 박병은 "코미디 원해…하정우와 개그 경쟁하는 사이"
입력 2017-03-30 09:3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사람들이 '연기는 내면에서 나오는 건데 원래 너한테 그런(악한) 면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하하하."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순딩'한 얼굴을 가진 임시완의 다른 모습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배우 박병은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과장(진구) 식구들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박병은은 사기꾼 패밀리 가운데 행동파 박실장을 연기했다. 선의 반대편에서 제대로 악한의 모습을 표출한다. 장부 하나로 사람을 미친 듯 패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인터뷰 전에 모서리가 있는 책 같은 종류는 모두 치워야 안심할 정도다.
박병은은 사람들이 본인의 캐릭터를 욕하는 게 즐거워 보였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기 때문일 게다. 또 본인 자신도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 기분이 좋다. "크게 소리 지르고 인상 찌푸리며 과하게 행동하는 악한의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좋았거든요. 새로운 악역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런 게 보인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박병은은 주인공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박실장의 전사를 고민했다. 가지들을 다 쳐내고 이 캐릭터의 몸통만 생각했다. "돈과 권력에 대해 숨기지 않는 야욕을 가진 인물" "원하는 것을 얻으려 달려가는 폭주기관차" 등등. 작품에 들어갈 때 본인의 연기 수첩을 참고하는 등 캐릭터 연구에 몰두하는 그는 감독과 상의해 많은 부분을 채워갔다. 그 결과 눈에 띄는 박실장을 표현해냈다.
사실 박병은은 영화 '암살' '사냥'에서도 선의 반대편이었다. 전지현의 일본인 남편 역, 금광을 욕심내는 사냥꾼 등등 악인의 얼굴을 드러냈다. 연거푸 악역을 했으나 '당연히' 개의치 않는다. 그는 "내가 인지도 높은 배우도 아니고, 이제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또 악역이라고?'라는 생각도 사치"라고 진지해지다가 "다만 욕심이 있는데 평소에 개그 욕심이 있기에 언젠가는 코미디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웃었다.
큰 욕심 없이, 또 기복 없이 꾸준히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암살' 전 2년 정도 일이 없었단다. 슬럼프였다. 그 당시, 사기와 대출을 다룬 '원라인'의 소재처럼 그도 몇 차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중고장터 거래를 했는데 돈을 떼였다는 것. 그는 "평상시에 절대 안 속는 스타일"이라면서도 "절박한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지 않나? 휴대폰 요금 내고, 밥도 먹어야 하는데… 자전거 판 돈 10만원을 못 받은 게 한이 된다"고 과거 생각이 났는지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마도 좋은 지인들이 있어서인 듯싶다.
그는 과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며 배우 배성우와 황인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내게는 큰돈을 선뜻 빌려준 분들"이라고 웃었다. '암살'이 박병은에게 의미가 깊은 또다른 이유는 나름의 빚 청산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병은은 중앙대 1년 후배 하정우와의 친분도 과시했다. 하정우 특유의 목소리와 눈썹 찡그린 표정을 따라 하며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하정우군과 개그 스타일이 비슷한 면이 있다"며 "사람들이 웃을 때 쾌감을 느낀다. 서로 개그하고 나중에 써먹어도 되느냐고 동의를 구하는 사이"라고 알렸다.
그렇다면 궁금증 하나. 그렇게 친한데 하정우는 선배가 힘들 때 어떤 도움을 줬을까. 박병은 "내가 힘들었던 그때에도 정우군을 만날 때면 우리는 웃기고 웃고 싶은 관계였다"며 "절대 내 개그의 본능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유머러스한 답을 이어갔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 선보인 개그 감각이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코미디 장르 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박병은은 또 다른 욕심, 혹은 목표도 전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극장에 데려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아직도 내 연기를 보면 창피하거든요. 내가 봐도 진심을 다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평생 못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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